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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묻는다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01.03.31 16:37 수정 2001.03.31 16:37

안도현(시인)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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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연탄재 보기가 힘들어졌다. 나무 대신에 우리의 방을 데워주고, 밥물이랑 세숫물을 따뜻하게 끓여주던 연탄이 사라져 간지도 기억에 가물가물하지만, 골목마다 쌓여있던 연탄재를 신나게 차 던지던 그 감촉은 아직도 발끝에 남아 있다.
지금은 어려웠던 시절의 상징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그 연탄재도, 아이들의 발아래서 가루를 퍽석 날리며 산지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우리에게 작은 재미를 선사했던 셈인가.
안도현 시인의 이 시는 그 시절의 기억을 한순간에 떠올려놓는데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시인이 말하는 것이 "연탄재를 함부로 차지 마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실컷 차면서, 차고 있는 나와 내 발끝에 놓인 연탄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한번쯤 생각해 보라는 것인데, 말하자면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 물 한 그릇이라도 떠다 준 적이 있는지 돌이켜보라는 것이다. 귀한 생명을 받아 태어난 우리가 연탄재보다 못한 삶이 되어서야 되겠느냐는 질책으로 들린다.
이 시는 짧다고 할 말을 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 참 재미있는 시다.

배창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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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55년 경북 성주 출생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1981년 <세계의 문학>에 작품 발표하면서 등단
민족문학작가회의 대구시지회장 지냄
시집 『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외 3권
현재 성주문학회 지도고문
현재 벽진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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