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일(시인)
이승의
진달래꽃
한 묶음 꺾어서
저승 앞에 놓았다.
어머님
편안하시죠?
오냐, 오냐,
편안타, 편안타.
산에는 온통 진달래가 지천이다. 며칠 전에는 진달래가 피기 시작한 비탈에 때아닌 눈이 퍼부어서 눈꽃이 만발했었다. 진달래의 아름다움을 시새움하는 눈이었던가. 떨어지는 꽃망울이 아쉽기도 했지만 다음 차례를 기다려온 꽃망울들이 다시 일어나 새봄의 꽃불을 활활 피우고 있다.
진달래는 봄꽃 중에서도 으뜸이다. 그 많은 꽃 중에서 참꽃이라 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 향내와 자태야말로 흐드러지는 아름다움의 전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와 가깝고 흔히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이어서 더 귀하다. 그 귀한 꽃, 우리의 삶에 가장 어울리는 그 꽃을 시인은 어머니의 무덤에 바치고 있다. 그리고는 몇달 출타하고 돌아와서 안방에 계신 어머니께 고하듯이 여쭙는다. 편안하시냐고.....
세상의 어머니는 돌아가신 뒤에도 자식 앞에선 언제나 "편안타"고 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어머니이고, 언제까지나 자식의 가슴에 눈물로 살아 남는다.
배창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