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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자마당

저 멀리 떨어진 한점 섬 울릉도를 다녀온 추억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07.11.01 21:03 수정 2007.11.01 09:00

정규성 사회단체협의회장

↑↑ 조운해 경북대 전 동창회장과 정규성 郡 사회단체협의회장.
ⓒ 성주신문
지난 6월 8일 조운해 전 동창회장님과 3박 4일 울릉도 여행길에 나섰다. 나와 열한 살 차이가 나는 회장님은 올해 83세의 고령이신데도 몸과 마음은 60대의 장년처럼 건장해 노후를 즐겁게 지내시는 노익장이다.

일전에 회장님이 울릉도를 한번도 못 가보셨다고 하시기에 같이 한번 가자고 한 적이 있었다. 사실은 이번 여행은 회장님의 장남(조동혁, 한솔그룹 회장)이 효도관광으로 어른을 모시고 서해안, 남해안, 동해안으로 돌아서 울릉도를 가기로 한 계획을 바꾸어 나와 약속을 지키신 것이었다.

열차로 동대구역에 도착, 구내식당에서 간단한 식사를 한 뒤 우리는 포항으로 이동했다.
포항에서는 권중돈 농협지부장의 안내로 포스코 제련소 상황실에서 현황을 듣고 회장님과 나는 용강로가 있는 높은 철다리를 곧장 걸어갔다. 나는 겁에 질려 옆도 못 볼 지경이었는데 80미터 긴 철다리를 빠른 걸음으로 걸으시는 회장님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영해 부둣가에서 전복죽으로 저녁을 먹고 시내로 들어와 하룻밤을 묵은 뒤 이튿날 10시 썬플러워호에 승선, 울릉도를 향했다. 파도가 심해 배안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멀미로 고생을 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생전 처음 해보는 배 멀미에 많이 지쳐 있었다. 속이 다 비워질 정도로 계속해서 구토를 했다. 회장님은 아무렇지도 않으신지 나를 보고 웃기만 하셨다.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1시에 도착할 배가 파도로 인해 1시 30분쯤이 되어서야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했다. 날씨는 아주 좋았다.

울릉군에서 마중 나온 지인들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했다. 점심은 홍합정식으로 우리가 대접을 했다. 신세지는 일은 일체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회장님 말씀이다. 모르는 곳이기에 안내는 받더라도 돈을 쓰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끝까지 지키고 돌아왔다.

점심을 먹은 후 삭도, 전망대, 독도 박물관을 육로로 답사했다. 독도 박물관은 10년 전 삼성 이건희 회장이 80억 원을 들여 준공한 뒤 울릉군에 기증했다고 한다. 연면적 484평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건물로 독도의 문화역사를 조명하는 살아있는 교육장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 멀리 독도를 바라보니 망망대해를 눈 아래 두고 훨훨 나는 갈매기가 부럽지 않았다.

저녁은 울릉도에서 유명하다는 약소한우 불고기식당에서 마치고 예약된 숙소로 갔다. 회장님과 나는 첫날 포항에서부터 한방에서 잠을 자기로 했었다. 나는 여정을 풀고 회장님이 씻는 동안 잠깐 다음 날 관광에 도움이 되는 정보나 들어 볼까하여 나왔다.

몇몇 주민들과 대화를 하다가 지금쯤 회장님은 편히 쉬고 있겠지하는 맘으로 여유 있게 올라갔더니 컴컴한 방에 회장님이 우두커니 앉아 계셨다. 방에 키를 빼버리면 전기가 모두 나간다는 것을 모르고 하나 뿐인 방 열쇠를 가지고 나갔던 것이었다. 컴컴한 방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었다. 얼마나 죄송스러웠던지...

이튿날 육로관광 섬일주를 떠났다. 울릉읍은 북면, 서면으로 나뉘어 있고 거리는 25리라 한다. 도동-저동(내수전망대, 봉재폭포)-사동(대아리조트 사동항)-통구미-거북바위-남양-구암-학포-태하-현포-평리-추산-천부-나리분지-축암-섬목(종착점) 4시간이 소요되는 일정이었다. 나가목, 후박나무, 풍력발전소, 수력발전소, 화력발전소가 있어 가뭄에도 항상 시원하게 물이 흐르고 산짐승과 물고기가 살지 않는 특이한 곳이라고 한다.

오후는 울릉 군수님과 동행해 해상관광에 나섰다. 촛대바위, 죽도, 노인봉, 관음도, 삼선암, 거북바위, 사자바위, 투구바위, 곰바위, 코끼리바위 등 기암괴석과 절벽들을 인공으로 누가 만들어낸 조각 작품처럼 느껴졌다.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신비와 조화에 감탄 또 감탄했다.

군수님은 섬바위 틈에 배를 대 놓고 일일이 입이 마르게 기암들의 아름다움을 설명해 주는 성의를 보여주었다. 정말 감명 깊고 놀라울 따름이었다.

멋진 바다여행을 마치고 관광객이 필히 찾는다는 도동항 우환부두에 나가 전복과 홍합국물로 한잔 술로 피로를 잠시나마 풀 수 있었다.

아침식사는 호텔 한정식으로 마치고 낮 점심은 며칠 동안 같이 안내와 즐거운 자리를 함께해 주신 분들과 마지막으로 우리 회장님이 점심을 대접했다.

오후 3시. 모든 일정을 마친 회장님과 나는 여객터미널 소장실에서 배웅 나온 여러분과 차 한 잔으로 추억 많던 며칠을 가슴 속에 담은 채 배에 올랐다. 집으로 가는 바다는 조용하고 편편했다.

한 점 바람 없는 대해를 뒤로하고 우리는 포항항에 도착했다. 다정다감한 회장님과 같이 한 울릉도 여행,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살아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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