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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자마당

우리가 꼭 장수해야 하나?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18.03.08 17:35 수정 2018.11.14 05:35

↑↑ 한 인 규
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 성주신문

사람은 누구나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욕심과 함께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을 갖고 산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의 경제 사정이 좋아지면서 우리의 주거환경, 의료기술, 식생활 등이 크게 향상되었고,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의 수명도 크게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지금 우리의 기대 수명은 남성이 78세, 여성은 84세로 이미 장수 국가로 알려진 이웃 일본이나 구미 선진국에 비해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수명 연장에 대한 욕심이 늘어나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삶의 현장에서 건강관리에 크게 신경쓰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산책길에 나가보면, 특히 주말에는 오래 살겠다는 사람들로 여간 북적대는 것이 아니다. 건강관리를 생각하면 아주 좋은 현상이다. 이런 건강관심족들은 식사도 적당량을 섭취하되 밥은 적게 먹고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먹는다. 신체 어느 부위가 조금만 이상해도 금방 병원으로 달려가 의사의 도움을 받는다. 많은 환자는 의사로부터 '신경성 질환'이라는 진단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때로 필자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오래 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인지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옛날에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때, 흔히 우리가 보아온 일의 하나는, 시골에는 칠십을 넘긴 어르신네가 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해서 칠순잔치를 크게 하곤 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골 경로당에 가보면 팔십을 넘은 노인이 수두룩하여 칠십을 먹은 젊은 노인은 그곳에서 물 심부름이나 담배 심부름을 한다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급격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노인의 수가 해마다 늘고 한편으로 노인들의 기본생활과 복지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지하철을 이용할 때 경로우대를 받는다. 공짜로 지하철을 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할 일 없는 노인들이 떼를 지어 지하철을 타고 나들이하는 풍조도 생겨났다고 한다. 나는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일은 국가에 고마워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도 지울 수가 없다. 코레일에 얼마간의 돈을 매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한 번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횟수를 따져보았다. 1년에 40번 정도라는 계산이 나왔고 돈으로 환산했을 때 5만 원가량이 된다는 것을 알고는 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기가 났으니 말인데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는 노인의 연령을 지금의 65세에서 최소한 70세 또는 그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강한 주장이다. 하루속히 사회적 논의를 거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얼마 전에 어떤 모임에서 만난 친구에게 노모가 편찮으시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어떠신가 하고 물었더니 그 친구 대답하여 가라사대,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식사도 잘하며 건강하게 지내신다는 것이다. 그 노모는 두 달만 더 사시면 100세가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기에 꼭 그 노모께서 백세수를 누리시기를 빈다고 했다. 건강을 지키고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매일 운동이나 등산을 하면서 인생을 보내고 있는가?
 
다소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오래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곤 먹고, 걷고, 자는 일뿐이다. 이는 우리 삶의 내용을 생각해 볼 때 오래 산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일일는지 모른다.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85세 이상의 노인 두 명 중 한 명은 치매에 걸려 있다고 한다. 더욱이 상당수의 나이 많은 이들은 고독과 시간과의 싸움을 하면서 산다고 한다. 시간이 안 가서 너무 지루하고 거기다가 엄습해 오는 외로움 때문에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안에 떨기도 하고. 그렇게 오래 살아서 자식이나 국가 사회에 부담이나 줄 뿐이지 자기나 남을 위해서 뭐 하나 유익한 일을 하는 것도 없는데 말이다. 인생 팔십을 넘기면 더 욕심 부리지 말고 마지막 날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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