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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인 규 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
ⓒ 성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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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총선과 대선을 겪으면서 폴리페서(polifessor)란 신조어가 나왔다. 정치판을 기웃거리며 대학과 정치에 양다리를 걸치는 정치교수를 뜻하는 말이다. 우리 서울대학교 교수들 가운데는 극히 일부이기는 하나 관직이나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분들이 있어 뜻있는 교수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런 현상이 어제 오늘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요즘에는 그 도를 벗어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교수면 교수고, 국회의원이면 국회의원이지 교수직은 계속 유지하면서 국회의원에 출마한 교수가 있어 학내에 문제가 된 일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런 정치교수, 이른바 폴리페서는 우리 캠퍼스에서 반드시 추방되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대학당국은 내부 규정을 만들어서라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제재 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대다수의 동료 교수들은 주장하고 있다.
정치판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면 다시 대학으로 돌아와서 교수 신분을 유지하겠다는 극단적 이기주의자들을 더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 대학 교수에게 있어서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지 정치인이나 고위 관리의 양성소가 아니다.
우리 교수들 가운데는 대통령 선거철이 돌아오면 어느 후보의 캠프에 가서 일을 거들까 하고 기웃거리는 사람이 더러 눈에 뜨인다.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다. 왜 그럴까?
첫째, 이런 이들의 마음에서는 이미 연구나 강의 같은 교수의 기본 임무는 안중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새는 새일지라도 날지 못하는 펭귄 같은 새(교수)라고 해도 변명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 더 심각하게 여겨야 할 문제는 학생들의 학습권 훼손이다. 교수가 학기 중에 국회의원 후보가 되어 선거운동을 하고 다니면 학생들은 그 교수가 담당하고 있는 과목의 강의를 제대로 수강할 수가 없다.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교수들이 연년세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자기분야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더 보람있고 명예로운 일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어찌하여 일부 교수들은 장?차관 같은 정부 요직이나 국회의원을 바라보면서 방황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것을 더 큰 명예로 알기 때문일까? 어떻든 중요한 것은 양자택일해야지 교수의 기능을 수행하지도 않으면서 교수직에 매달려 있는 것은 비교육적이고 이기적인 처사이다. 최근 도하의 모든 언론이 이런 폴리페서를 규탄하는 글을 연일 게재하고 있어서 뜻있는 교수들은 부끄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당사자들은 깊이 깨달아야 한다.
이런 교수들의 수가 많아지면 대학의 면학분위기는 크게 훼손될 것이 너무나 뻔하다. 우리 서울대학교가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 발전하려면 이런 현상부터 시정되어야 한다.
선진국 명문대학의 사례를 보고 우리 교수들도 하루 속히 반성하고 거듭나야 한다. 외국 대학 교수들은 자기의 연구 및 강의 생활을 저해하는 외부로부터의 어떤 보직이나 위원직도 수락하지 않는다. 설령 학내 보직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정치판을 찾아다니며 자기의 활동 영역을 개척하려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우리 대학만 해도 전체 교수의 20% 이상이 보직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초일류 대학이 되려면 이런 학내 보직 수도 줄여야 하지 않을까?
이미 외국의 여러 명문대학에서는 여러 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었는데 우리 서울대학교는 아직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한 사람도 배출하지 못한 이유가 이런 보직 풍조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