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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자마당

변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장례문화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18.04.26 17:27 수정 2018.11.14 05:27

↑↑ 한 인 규
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 성주신문

내가 나이를 먹어가는 탓인지 요즈음 부쩍 주변에 있는 지인들의 부음이 자주 들린다. 날씨가 추워졌다, 포근해졌다 하는 환절기의 특성도 한 몫을 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은 토요일, 일반적으로 거의 모든 직장인과 학생들이 노는 날이지만, 나는 재단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송현덕 간사와 새해에 발간할 재단 소식지 합본분의 편집을 마무리하기 위해 사무실에 나와서 일하고 있는 중이다. 방금 전에 인생 구십을 바라보는 어느 친지로부터 우리 분야의 원로 지도자인 유윤수 씨가 오늘 아침에 작고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향년 97세. 참으로 오래 사신 분이다. 하지만 최근 십여 년은 병상에서 고통을 겪으면서 여생을 보내야 했다는 소식도 전해 들었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그게 복이지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불편한 심신으로 오래 살면 뭐하나?
 
지난날 우리나라는 유교 문화의 영향 탓인지 사람이 죽으면 매장하여 소위 '무덤'을 남기는 풍습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하지만 좁은 국토에 온 산하가 다 무덤으로 뒤덮이게 되자 얼마 전부터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였다. 십여 년 전부터는 시신을 화장하고 그 뼈의 일부를 수습하여 납골당에 영구히 보관하는 새로운 장래문화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최근의 화장률은 70%를 넘어섰다고 한다. 납골당에 고인의 사진과 함께 모시는 풍습과 병행하여 요즈음에는 이른바 수목장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목장이란 고인의 시신을 화장해서 유골의 일부 또는 전부를 수습하여 이미 지정된 장소의 나무 밑에 뿌리는 장례절차를 말한다. 이 세상에 고인의 흔적은 남기지 않겠다는 것인데, 다소 매정스러운 장례절차가 아닌가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화장한 유골을 자기 집 앞 뜰 일정한 곳에 안장하는 장례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이것은 서구의 정원이 넓은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래서 죽은 후에도 가족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지낼 수 있다는 정서에서 유래된 장례문화이다.
 
최근에 도하 언론매체에서는 '작은 결혼식'의 보급을 대대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허례허식에 눈이 먼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이 자녀들의 결혼식을 억대의 비용이 드는 호텔에서 거행하기도 하고 혼수문제로 가정 경제가 파탄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더 웃기는 일은 그동안 친지들의 결혼식에 가서 낸 축의금을 회수하기 위해 수백 장, 심한 경우에는 수천 장의 청첩장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폐단도 하루속히 없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우리 국민의 조용한 정신적 혁명을 통해 이제는 우리의 결혼문화도 서구처럼 가족 중심의 조촐한 행사로 치러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도 대폭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장례식장 형태의 장례문화는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누가 세상을 떠나면 일반적으로 큰 병원의 장례식장에서 장례식을 치른다. 많은 사람들에게 고인의 부음을 전하면서 은근히 전화를 걸어 문상 오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들은 얘기로는 어떤 저명인사의 장례식에 문상객이 많이 오지 않자 상주가 직접 나서서 친척과 친지들에게 문상 오기를 권유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사정이 있어서 문상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상주가 두 번, 세 번 전화를 걸어 발인 전에 꼭 다녀가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들리는 말로는 조의금을 거두어들일 심산으로 이렇게 장례식을 떠벌인다는 것이다. 한편 조문 가는 사람들은 일상생활이 바쁘고 평소 빡빡하게 짜여진 일정 때문에 조문을 빠지지 않고 한다는 것이 커다란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심지어 상가에는 저녁에 가서 밤을 꼬박 세고 오는 경우도 있으니 이것이 다음날의 직장생활에 지장을 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일언이 폐지하고 우리나라의 장례절차는 서서히 바뀌고 있지만 조문 풍습도 크게 달라져야 할 것으로 믿는다.
 
나에게 만일 나 자신의 장례절차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지 물어본다면 나는 서슴없이 다음과 같이 답하고 싶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의 지성인들 가운데는 자기의 장례절차에 대해 나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저들도 죽기 전에 나름대로 자기의 장례절차를 문서의 형태로 기록하여 가족들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이 문서는 이름하여 '장례의향서'라고 부른다. 이 문서는 가족들이 꼭 그렇게 해줄 때 비로소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다.

나도 언젠가 명이 다하여 세상을 떠날 터인데 나의 마지막 가는 길을 가족들만이 조촐하게 마련해 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나의 직계 자녀들, 친가와 처가 식구들, 그리고 목운문화재단 임원 등 총 30~40명 외에 나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지 말고, 사망신고 절차가 완료되고 목사님의 집예로 환송예배가 끝나면 곧바로 화장하여 온누리교회 공원묘지(문막 소재)로 가서 납골 형태로 안치해 주었으면 한다. 장례식장에는 접수대를 설치하지 말고 화환이나 조의금은 아들의 것이라도 사양하기를 바란다. 내가 생전에 이 일을 위해 쓰라고 남겨 놓은 돈으로 장례비용을 감당하기 바란다. 나를 문막에 있는 교회 묘지에 안장한 다음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알려드리면서 살아계신 동안 여러 가지로 정을 베풀어 주셔서 감사했다는 내용의 짧은 편지를 발송해 주었으면 한다. 조선, 동아, 중앙일보 등 시중 언론매체에 부고를 내는 경우에도 일반 친지들의 문상은 이를 정중하게 사양한다는 내용을 밝혀주기 바란다. 어느 누구에게도 조문의 스트레스와 조의금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조용히 세상을 떠났으면 하는 나의 간절한 바람이 꼭 이루어지기 바란다. 우리나라 장례문화의 변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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