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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행복주택' 시대를 만들려면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18.05.04 18:23 수정 2018.05.04 06:23

ⓒ 성주신문

의식주(衣食住).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물질적 조건이라고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다. 과거 어렵던 시절에는 인생 자체가 의식주를 해결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풍요한 선진국가가 되면서 적어도 의와 식, 즉 입고 먹는 것이 결핍해 고통받는 사람들은 크게 줄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많은 옷 중에서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고, 맛난 음식들을 어떻게 적게 먹을까 걱정한다. 모자라서 걱정이 아니라 너무 많아서 걱정인 것이다.
 
그러나 주는 대한민국이 아직 해결못한 생존조건이다. 물론 과거 초가집 판자집 자리에 고층아파트가 즐비하게 들어섰다. 산골마을에도 유럽에서나 보던 그림같은 집들이 적지 않다. 이미 2010년에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고, 자가보유 비율도 60%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소득대비 턱없이 높은 주거비용으로 인해 많은 한국인들이 고통받고 있다. 지역 간의 현격한 주택가격 차이도 국가적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너무 비싼 서울 강남지역은 이상 과열현상이고, 값이 저렴한 지방의 주택은 수요부족으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들어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르자 정부는 고가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정책을 발표했다.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보유세 인상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에 강남, 서초, 송파 등 대한민국 최고가 부동산 지역의 거래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반면 비수도권 지방의 아파트는 미분양 물량의 증가로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한다. 저금리 시대에 마구잡이로 개발한 신규 아파트 단지들이 고령화와 고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 간의 주택가격 양극화는 수도권 집중 정책이 가져온 부산물이다. 정치, 경제, 문화가 집중된 지역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 주택가격이 치솟는다. 다른 소비재와 달리 주택은 공급을 늘리거나 대체수단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꼽는다. 그러면 공급이 늘어나고 다시 수요증가로 이어지는 경제성장의 순환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시장은 자본주의 경제원리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가장 큰 원인은 수요가 늘어나도 공급을 충분히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수요가 늘어나는데 공급이 부족하면 자연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기 마련이다. 땅 위에 지어야 하는 주택은 공급물량이 제한되어 있다. 식량이나 의복처럼 수요가 늘면 생산을 늘릴 수 있는 재화가 아니다.
 
땅이 모자라 고층으로 짓긴 하지만 그래도 어차피 올라갈 수 있는 높이는 제한되어 있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수요가 많으니 모든 아파트를 초고층 아파트로 짓자고 하는 사람은 없다.
 
주택시장의 또 다른 특성은 상승한 주택가격이 다시 내려오기 힘들다는 점이다. 수요가 줄어들면 공급이 줄고 가격을 낮추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이다.
 
소비자들이 민감한 휘발유/경유 가격을 보면 산유국의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이 오르지만, 산유국이 생산량을 늘리거나 운전자의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이 다시 내려간다.
 
주기적으로 주부들의 원성을 사는 배추나 무나 고추와 같은 농산품도 작황이 나쁘면 가격이 오르지만, 올해 양파 시세처럼 풍작으로 출하량이 늘면 가격이 떨어진다.
 
그러나 한 번 올라간 주택가격은 거의 내려가지 않는다. 주된 이유는 주택은 주거지인 동시에 투자수단이기 때문이다.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한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했다. 자기 집을 소유한 60%의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집값 하락은 투자손실을 의미한다. 이들은 싸게 집을 팔기 보다는 집값이 오를 때 까지 버틴다.
 
그리고 정치인들에게 집값 하락을 막으라고 요구한다. 최근 정부가 강남지역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강남 부동산 가격이 크게 낮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현재 주택문제로 가장 크게 고통받는 사람들은 대학교육이나 일자리 때문에 수도권에 거주해야하는 청년세대들이다. 치솟는 대학가 원룸 가격에 좌절하는 대학생들과, 보금자리를 찾지 못해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 직장인들이다. 정부도 이들의 주택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쉽사리 만들지 못하고 있다. '행복주택' 정책처럼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는 종래의 방식으로는 결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당면한 주택문제는 주택공급 대신 사람의 이동으로 해결해야 한다. 수도권의 주택빈곤층이 저렴한 지방의 주택에서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집중된 대학과 일자리를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 청년문화의 중심도 서울에서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말하기는 쉽지만 실현하기는 무척 어려운 대안이다.
 
수도권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사람들의 반대 때문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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