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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다문화가정, 이방인인가? 이웃인가? - 2

조진향 기자 입력 2018.05.09 10:06 수정 2019.02.08 10:06

베트남과 한국

성주는 최근 도농복합도시로 변모를 꾀하고 있지만 전국 참외생산량의 70%를 담당하는 전형적인 농촌사회다. 또한 200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농촌의 일손부족과 농촌 총각들의 결혼문제는 오랫동안 사회문제로 인식돼왔다.

1990년 이후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이 점차 증가하면서 성주지역에도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다. 한민족이라는 틀을 깨고 함께 살아가야할 이웃으로 그들이 겪고 있는 문화적인 차이와 생각을 이해하고 한발 다가가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회 성주군 다문화가정의 삶
▶2회 베트남과 한국
▷3회 일본과 한국
▷4회 중국과 한국
▷5회 캄보디아와 한국
▷6회 필리핀과 한국

↑↑ 베트남 자조모임 친구들과 함께(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주인공인 레티김융)
ⓒ 성주신문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레티김융(33, 성주읍)씨는 성주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베트남어통역사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시부모님과 남편, 6살과 4살 된 두 아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베트남여성들이 결혼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경우가 많지만 레티김융씨는 한국회사에 취업했다가 남편을 만나 정착한 경우다.

2009년 성주에 있는 같은 직장에 다니던 남편과 결혼해서 현재 다문화센터에서 베트남어 통·번역과 통역사일을 하고 있다.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어를 배웠고 현재는 능숙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며 한국어능력시험 5급을 따고 토픽시험도 쳤다.

레티김융씨는 “부모님이 맏이인 저와 여동생, 남동생까지 네명의 자녀를 키우기 위해 고생하셨지만 농사짓는 일을 제대로 도와드린 적이 없다”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에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위해 한국에 오게 됐단다.

낯선 한국에 오기로 결정한 것이 두렵지 않은지 묻자 “그때는 친구들이 여럿 취업해서 같이 왔는데 지금은 나머지 친구들은 다 베트남으로 돌아가고 저는 남편을 만나 인연을 맺고 한국에 혼자 남았다. 남편이 착하고 잘해줬다”며 밝은 얼굴로 답했다.

시부모님도 처음부터 “아무것도 하지말고 밖에 친구 만나러 다녀와라. 밖에 나가면 예쁘게 화장하고 다녀라”며 많이 배려하고 편하게 대하셨다고 한다.

레티김융씨는 베트남과 한국의 차이점에 대해 빨리빨리 문화를 꼽았다. 또 설이나 추석에 베트남에서도 제사상을 차리긴 하지만, 한국은 음식의 종류가 많고 또 상에 놓는 방법이 복잡해서 지금까지도 잘 모른단다.

베트남에도 설에 친척집을 방문해 덕담을 나누고 용돈을 받는 전통이 있지만 새배는 안한단다. 또 추석에는 어린이날처럼 맛있는 음식과 선물을 푸짐하게 준비해서 나눠먹고 저녁에는 탈을 쓰고 춤도 추면서 축제처럼 지낸다. 베트남도 명절이 한국과 비슷해서 한국에 와서도 문화적인 차이를 많이 못 느꼈다고 한다.

베트남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공장과 마트가 많아 한국인을 접할 기회가 많다며 김치와 김밥도 자주 먹어서 매운 김치도 잘 먹고 한국음식도 잘 먹는 편이라고 했다. “한국 요리자격증을 땄지만 잘 만들지는 못해요”라며 수줍게 웃는다.

또 베트남에도 사계절이 있지만 눈을 본적이 없어서 신기하고 추위도 견딜만하다며 베트남의 북쪽지방도 겨울엔 춥지만 한국처럼 온돌이 없다고 말했다.

레티김융씨는 어린 두 자녀를 군립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보육료를 지원받고 있어 부담이 적고,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엄마처럼 사랑을 많이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나 학원비가 비싸 장차 아이들 공부시키는 것이 걱정스럽다며 여느 한국인 엄마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 다문화지원센터에서 이중언어와 한국어 교육을 지원하고 있어 아이들의 한국어교육에 대한 부담은 덜었단다.

레티김융씨는 현재 베트남 이주여성들과 자조모임을 통해 정기적으로 만나며, 최근 성주를 소개하는 베트남어 안내서 ‘성주야 놀자’라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성주에 처음 온 베트남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관공서와 은행, 도서관과 대중교통 이용방법, 성주의 축제와 문화를 소개하고 찾아가는 방법 등을 베트남어와 한국어로 안내하는 책자로 성주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레티김융씨에게 한국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우리를 사랑해주세요. 많이 사랑해주세요. 가족뿐 아니라 한국사회에서도 많이 사랑받고 싶어요”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행복바이러스를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만남이었다. 주변에 같이 있기만 해도 즐거워지고 힘이 나는 사람. 다문화 가족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할 사람들임을 다시 느끼는 시간이었다.

취재2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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