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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인 규 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
ⓒ 성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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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많아지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기억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점점 노인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 사람이 늙으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미리 알고 있으면 그만큼 여러 가지 신체적 변화를 잘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치매에 대한 불안감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이고.
청소년들이 성장에 따른 생리적 현상이나 이성 간의 남녀관계 등을 성교육 받듯이, 어르신들에게도 나이를 먹으면 신체적 현상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에 대하여 일정한 교육을 시키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본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타액, 위액, 소화액, 소화효소 및 호르몬의 체내 분비가 크게 떨어진다. 어떤 생리학자는 관절에 있는 연골과 체액의 분비량까지도 30~50%가량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눈물의 분비가 부족하여 안구건조증에 시달릴 수도 있으니 인공눈물의 사용을 권장한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 식사도 그에 상응하게 줄여야 한다. 소식을 권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또한 에너지 섭취량이 줄게 되니 노인은 운동량도 젊을 때보다 상당히 줄여야 할 것이다. 80이 넘으면 성기능이 대폭 감퇴하거나 중지된다. 그러니 성생활을 대폭 줄이는 등 적응이 필요하다. 젊은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라는 생각을 빨리 버릴수록 좋을 것이다.
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위의 크기도 30%가량 줄어들고 사람의 키도 개인 차이는 있으나 3~5cm가량 작아진다고 한다. 얼굴과 손 그리고 피부가 건조하기 쉬우므로 로션의 사용량을 늘려야 한다.
노화 현상의 대표적인 것으로 기억력, 시력과 청력의 감퇴를 들 수 있다. 개개인의 유전적 기질에 따라 다소 다를 수는 있어도 대개의 경우 70세가 넘으면 지난날 기억했던 지식이나 사람의 이름을 잘 잊어버린다. 눈이 침침하고 귀가 먹먹해지기도 한다. 이런 증세를 느끼는 사람은 자기만 이런 현상을 겪는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나 자신은 지금보다 훨씬 더 젊은 시절부터 이런 불편을 겪어왔다. 노인들이 당황한 나머지 병원을 찾아가면 의사들은 보청기를 주문하거나, 백내장 수술을 하거나 하면서 자칫 불필요한 일에 돈을 쓰게 할지도 모른다. 노인은 병원의 봉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노인들 시력감퇴 현상은 경우에 따라 아주 심한 사람은 전화 다이얼조차 누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노인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기억력도 쇠퇴한다. 80세가 넘으면 어제 일도 기억하기 어렵게 된다. 이보다 더 심해지면 치매기를 걱정하면서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평소에 치매를 예방하려면 일을 계속해야 한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것도 치매 예방책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본다. 식사할 때는 일정량의 동물성 단백질도 꼭 섭취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치아도 약해지게 마련이다. 그때마다 치과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노인이 되면 전반적으로 체력(근력)이 쇠퇴한다. 그전보다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되고 자꾸만 드러눕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래서 예전에 동네 어른들이 자식들에게 부모의 안부를 물을 때 '양친께서 근력은 여전하시고?'라고 했던 것이다. 이렇듯 늙어서 우리의 체력이 총체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노인이 되면 가급적 덜 움직이며 조용히 지내라는 신의 암시인지 모른다.
이런 노화현상을 최소화하고 여생을 건강하게 보내려면 무엇보다도 영양가 높은 음식으로 소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은 양이지만 고기와 우유와 계란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규칙적으로 운동(산책)하는 것이다. 무리하게 운동하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 가능하면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노욕을 버리고) 편안하게 지내면서 자기 인생의 행복을 노래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나이를 많이 먹으면 모든 생리적 현상이 아기처럼 되어간다고 한다. 그렇게 얼마간 더 살다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생의 마지막 날을 두려워하지 말고 기쁘게 맞이하는 것이 좋다.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말년에 대통령직 연임을 포기하고 고향인 텍사스로 내려갔다. 거기서 아침저녁으로는 산책을 하고 조용한 시간이 있으면 지난날의 자기 인생을 회상하곤 했다고 한다. 그의 인생 역정 중 언제가 가장 행복한 때였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던 날과 그로부터 4년 후 백악관을 떠날 때였다고 대답하였다. 그의 백악관에서의 대통령 생활은 고독하고 번뇌에 가득찬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노인들의 노후가 다 이랬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