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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다문화가정, 이방인인가? 이웃인가? - 3 / "제 꿈은 성주에 미용실을 내는 거예요"

조진향 기자 입력 2018.05.23 10:06 수정 2019.02.08 10:06

일본과 한국

성주는 최근 도농복합도시로 변모를 꾀하고 있지만 전국 참외생산량의 70%를 담당하는 전형적인 농촌사회다. 또한 200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농촌의 일손부족과 농촌 총각들의 결혼문제는 오랫동안 사회문제로 인식돼왔다.

1990년 이후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이 점차 증가하면서 성주지역에도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다. 한민족이라는 틀을 깨고 함께 살아가야할 이웃으로 그들이 겪고 있는 문화적인 차이와 생각을 이해하고 한발 다가가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회 성주군 다문화가정의 삶
▷2회 베트남과 한국
▶3회 일본과 한국
▷4회 중국과 한국
▷5회 캄보디아와 한국
▷6회 필리핀과 한국


↑↑ 미용수업 중인 결혼 7년차 일본인 결혼이주여성 하시모토 마사요씨.
ⓒ 성주신문


하시모토 마사요(42, 성주읍)씨의 꿈은 미용사자격증을 따서 성주에 미용실을 여는 것이다.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와 처녀시절 하던 일을 다시 해보고 싶은 꿈이 있다.

하시모토씨는 19살때 일본에서 미용기술을 배웠고 10년간 미용실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한국에서 미용을 하려면 별도의 자격증이 필요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무료로 미용기술을 가르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주 두번 강좌에 참석한다.

하시모토씨는 결혼전 교회에서 신자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한국으로 왔고, 현재 샷시업을 하는 남편과 시어머니, 7살과 4살인 딸을 두고 있다.

그녀는 "미용실에서 일하며 사람도 많이 만나고 한국문화를 배우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하시모토씨는 3남매의 막내다. 아버지는 목수고 어머니와 언니, 오빠가 있는 집안에서 다복하게 자랐다. 탁구와 농구, 스토보드 등 모든 운동을 좋아하고 특히 배구는 고교 때까지 즐겼다.

또 역사를 좋아하지만 역사에 대해 그동안 잘 몰랐다고 고백한다. 한국에 시집와서야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삼고 빼앗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엔 일본에 대한 적대감 때문에 무서워 밖에 나가는 것이 힘들었다. 위안부 문제가 나올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일본에서는 한국에 대한 뉴스를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곳에선 자주 접하다보니 마음이 무거울 때도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문제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아이들이 역사를 받아들일 때 갈등이 생길 수 있으니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렇지만 시집에선 일본에 대한 편견이 없고 친절하게 대해줘서 전혀 그런 점을 못 느낀다고 했다.

일본친구들은 한국인과 결혼한 하시모토씨를 부러워하고 맛있는 음식과 한국문화를 구경하고 싶어한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인 차이는 일본은 명절 음식을 간소하게 준비하고 제사는 1년에 한번 지낸다. 1·3·7·14년 간격을 두고 제사를 지낸다. 일본은 친척끼리 모이지 않는데 비해 한국에선 친척들이 명절에 모여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일본에선 된장국을 한그릇 놓고 여럿이 같이 먹지 않는다. 같이 먹자고 하는 것은 실례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못 먹었는데 지금은 익숙해졌다고 한다.

일본사람은 상대방이 싫어할까봐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이야기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사람은 자신을 잘 표현한다. 요즘은 그것을 배워서 생각을 잘 이야기하는 편이란다.

"처음엔 말이 통하지 않아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웃기만하고 정말 힘들었어요. 친구도 없고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걱정도 많았어요. 아이들이 저에겐 큰 힘이에요. 한국말을 배우면서 한국사회에 적응하고 미용기술도 배우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남편과 결혼해서 한국에 간다고 했을 때 처음에 가족들은 반대했다.

부모님은 말을 할 때 여성스럽게 조용히 하고 남편이나 시집식구들을 대할 때 순종적으로 친절하게 대하라고 가르치셨다.

현재 일본자조모임이 있지만 다들 직장에 다니거나 바빠 자주 모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에 사는 일본친구들이 있지만 멀어서 전화통화로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푼다.

아이들이 좀 더 자라면 뉴질랜드로 여행가고 싶단다. 또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베트남 친구들을 사귀게 돼 베트남도 가보고 싶단다. 앞으로 한국의 역사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일본과의 역사적인 갈등과 감정이 잘 풀렸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만나본 한국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꿈을 응원한다. 성주에서 언젠가 미용실을 열고 동네사랑방처럼 많은 이웃을 만나 수다를 떨고 한국문화를 배워가며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길 빈다.

취재2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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