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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자마당

느리게 읽는 시 - 대나무 시작법(詩作法)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18.06.15 15:37 수정 2018.06.15 03:37

 
↑↑ 주 설 자
시와시학회 회장
ⓒ 성주신문 


등솔기에 바람결만 스쳐도
화르르 날개를 펼친다
마디마디 연 구분된 곳에 돋아난 잎사귀들
새벽이슬 넘어 푸른 시의 행간들이 파닥인다

네게 묻노니
속을 둥글게 비우면 내 가슴에
시 그림자 한 두 가닥 품을 수 있을지
가지를 넓히지 않는 대나무 시작법

낮에는 햇살, 붓으로 사군자 대를 치고
뒤뜰에 걸어 놓은 것이
밤새 파도소리를 일으켜 세운다

뿌리째 시의 바람을 타고
어느 먼 바다를 건너왔을까

대숲에 서서 다시 향기를 느낀다
누구의 마지막을 꺼이꺼이 울어 주었던가
정 깊은 대숲에 서서
내 마음 담긴 시의 원고를 매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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