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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자마당

윤회의 길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18.12.18 11:21 수정 2018.12.18 11:21

↑↑ 천 보 용
시인
ⓒ 성주신문
가을
나뭇잎 길 위에 떨어질 때

내 거친 손은 아로니아 나무 사이로 움직인다
그곳을 비비고 들어가면
아로니아 까만 열매가 맺혀있고 이슬 맞은 열매를
한 움큼 입안에 넣으니 떫은 맛도 아닌 감치는 맛
홀로 흙심에 빠져든다

한 때는 세속의 때 묻은 풍경을 동경하여
혼자 머리띠 동여매고
눈 보다 더 차가운 전쟁 같은 에세이속 주인공이기도 했다

마른 풀잎 텅빈 마음 하늘을 물들이는 구름 한 점
스산한 바람이 가지를 흔들고
작은 벌레가 땅밑을 걸어 다닌다

떨어진 잎 홀로 걸을 수도 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슬퍼하지는 않는다

찬바람 맞은 물방울 창가에 맺혀 꽃 처럼 화려하지 않고
하룻밤 머물다 사라져도 젖은 눈 채 내리지 않는다

세속의 삼독, 때묻은 세월
이를 깨물어 광내고 씻어도 분해되지 않았다

지금은 걸을 수 없고 잠시 머물다 가지만
언젠가는 스스로 일어나
윤회의 그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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