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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승 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
ⓒ 성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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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국가예산을 들여다보면 가슴이 쓰려온다. 예산규모가 469조원대로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삶을 위해 쓰이는 예산도 늘어난 면은 있다. 아동수당 지급대상이 확대되고, 기초연금 예산, 일자리 예산 등도 늘어났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꼭 필요한 복지예산들이 가차 없이 삭감됐다. 밀실에서 이뤄진 예산심의 과정에서 빈곤노인들에게 월 10만원의 생계비 지원을 하자는 예산 4,100억원이 삭감됐고, 3급 장애인도 장애인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예산도 삭감됐다. 무려 469조원으로 국가예산이 늘어났는데, 빈곤노인과 장애인에게 돌아갈 몫은 없었다.
반면에 도로건설 사업예산, 실세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예산은 늘어났다. 가장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도로예산이다. 정부 예산에는 없던 13개의 신규 국도건설예산이 슬그머니 추가되었다. 지금은 도로별로 1억-10억씩 책정되었지만, 앞으로 이 도로들은 수조원의 국민세금을 빨아들이는 토건사업이 될 것이다. 신규 고속도로 건설도 추진될 모양이다. 국토면적 대비 도로 비율은 이미 세계 최고수준인데, 이렇게 고속도로와 국도를 추가건설하는데 국민세금을 써야 하는 것일까?
지역구 챙기기 예산의 경우에는 해당 지역주민들 입장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국가라는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이상 어느 곳에 돈을 먼저 쓸 지는 투명한 과정을 통해 공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국회의원이 밀실에서 예산을 따 왔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 그 돈이 그 국회의원 것도 아닌데, 생색은 국회의원이 내는 것은 정말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이런 와중에 국회의원들이 연봉을 올렸다가 국민들의 비판여론이 거세자 뒤늦게 '반납'하겠다고 하고 있는 것도 한심한 일이다. 처음에는 2천만원 올랐다는 기사들이 나왔다가, 실제로는 2백만원 정도 오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지만, 이런 '오보'가 발생하는 근본원인도 국회에 있다. 국회의원 연봉체계를 복잡하게 해 놓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수령하는 돈 중에서 공무원 봉급체계처럼 받는 돈은 1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고, 월 4백만원 정도를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라는 명목으로 받는다.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이상한 구조이다. 그래서 연봉을 계산할 때에 어디까지를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연봉액수가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은 입법 및 정책개발비, 사무실운영비, 공과금, 소모품비, 유류비 등의 명목으로도 매월 일정금액을 지원받는다.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 오보의 원인이다.
이렇게 많은 혜택을 누리면서 일이라도 제대로 하면 좋겠지만,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것을 뜯어보면 정말 한심한 수준이다. 최근에 국회의원들이 발의하는 법안발의 건수가 늘어났는데, 이것도 좋은 일이 아니다. 여론을 의식해서 건수만 채우는 국회의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건수를 채우려고 예전에 발의된 법안을 베껴서 중복발의하는 경우, 문구만 조금 고쳐서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들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법안을 발의하고 행정처리를 하는데 들어가는 행정력이 아까운 실정이다.
이런 국회의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자신들의 특권·이권은 챙기면서 민생은 챙기지 않는 국회, 밥값도 하지 못하는 국회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국민들의 삶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 것도 국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민들의 삶을 위한 곳에는 예산이 배정되지 않고, 불필요한 사업이나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떨어진 곳에 예산이 쓰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복지, 안전, 환경 등에 필요한 입법에는 소홀하고, 일하는 시늉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국회를 바꿔야 국민이 살 수 있다. 국회를 바꾸는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과도한 특권을 없애서 진짜 일할 사람 아니면 국회의원 되고 싶은 생각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 국민 평균수준의 연봉을 받으면서 국민들보다 2-3배 더 일하는 스웨덴 국회의원처럼 만들면 된다.
그리고 부패한 국회의원은 쫓아내야 한다. 최근 국민세금을 빼먹은 국회의원들이 드러나고 있는데, 전부 퇴출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선거제도 개혁이다. 국회의원을 뽑는 규칙을 바꿔야 국회가 바뀌기 때문이다. 정당지지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부패하고 무능한 정당은 심판할 수 있고, 지역구 관리만 잘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