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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 태 영 경희대 명예교수 |
ⓒ 성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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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하고 가문 좋은 스펜서 가문의 딸이며 유치원 보모로 일하던 다이애너(Diana)는 1981년 7월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둘 사이에서 윌리엄 왕자와 헨리 왕자가 연이어 탄생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인기가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결혼 전부터 사귀던 카밀라 파커 볼스와의 관계를 잊지 못하던 찰스 황태자는 결혼 1년쯤 뒤부터 다이애너와 불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1986년부터 심심찮게 찰스 왕세자 부처의 불편한 관계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1996년 갈라서고 말았다.
그녀가 가졌던 명예, 그녀의 지위, 그녀의 누린 부, 이런 것들은 모든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녀가 입었던 드레스 한 벌은 우리나라 돈으로 수억 원을 호가하는 비싼 옷이었다. 그녀가 손목에 끼고, 목에 걸고 있던 보석을 생각해 보라. 왕세자비로서 누렸던 지위를 생각해 보라.
그러나 그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자라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찰스 왕세자의 애정이었다.
그녀는 왕세자의 애정을 얻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으나 그에게서 그것을 얻어내지 못하자 왕세자비의 자리를 내어놓고 어떤 승마 교사에게 잠시 마음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도 그녀의 애정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또 다른 남자에 정을 주려고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이혼한지 1년 뒤인 1997년 8월 31일 프랑스 파리에서 그녀가 마음을 빼앗긴 도디 알파예트(런던 최대 백화점 해롯 오너의 장자)와 함께 파파라치를 따돌리려는 와중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목말라했던 그 한 가지, 그것은 애정이라는 샘물이었다.
가정을 이루는 기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애정이다. 이 기반만 가지고 있으면, 설사 다른 것들이 없다고 해도 그 가정은 아직 살아남을 기회가 충분하다. 그러나 다른 기반은 다 가지고 있는데도 이 애정이라는 기반이 무너지면 그 가정은 쓰러지고 말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존경이다. 희랍어로 '존경'이라는 단어 '티메'는 '영광'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수가 많다. 존경은 곧 상대방에게 영광을 돌리는 것을 뜻한다. 상대방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것이다.
우리 가정 안에 이 애정과 존경만 떠나지 않고 그것이 우리 가족들을 끈끈히 묶어준다고 하면 우리 가정은 건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애정과 존경을 어떻게 가꾸어 가야 할 것인가?
먼저, 존경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남편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주는 아내의 말 한마디에 남편은 쉽게 감복하게 된다. "여보, 애들이 당신을 다 존경한다고 하는 것, 당신 모르죠? 내가 참 시집 하나는 잘 왔어요." 이 말 한마디에 남편은 아내가 자기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가를 잘 알게 된다.
그런데 남편들의 불만이 무엇이냐 하는 것을 조사해본 사람의 말에 의하면 딱 한 가지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자기를 존중하고 인정해주는데 자기 마누라만 자기를 무시한다는 것이다.
배우자의 존재 가치를 알아주어야 한다. 많은 학식을 가져서가 아니라, 무슨 명예를 지니거나 높은 지위에 있거나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가 남편이기 때문에, 내 아내이기 때문에 서로 존경해야 한다.
그리고 애정도 마찬가지다. 애정은 서로에 대한 관심이다. 심리학자 에릭 프롬은 '사랑의 예술(The Art of Loving)'에서 사랑의 첫째를 '관심'과 '배려'로 꼽았다. 아내들이 바라는 것은 남편들의 작은 관심이다. 거기에서 남편의 자기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부부간의 애정표시는 식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했다. 아내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수고에 대해 남편이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 아내는 상심하게 된다.
밥상머리에 앉자마자 짜네 싱겁네 하지 말고, 무조건 "이것 맛있네", "이것도 맛있네", "이것은 더 맛있네"라고 삼창을 하라고 했다. 그런데 정말 맛있을 때는 어떻게 하느냐? 아주 간단하다. "이것 진짜 맛있네."하면 된다.
아내의 생일 하나만 기억해주어도, 결혼기념일 하나만 기억하고 꽃 한 송이를 건네 주어도, 그것이 곧 위로요 고침이요 감격으로, 그날그날의 피로를 모르고 살아간다.
알시스 플라워는 말한다. "애정과 존경이야말로 인격 발달의 촉매제와 같은 것이다"라고.
자녀를 진정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보고 싶은가? 그들을 따뜻한 사랑과 존중하는 마음으로 감싸주라. 사랑과 존중이라는 훈장을 그들의 가슴에 달아주고, 애정이라는 월계관을 그들 머리 위에 씌워줄 때, 그들은 가치 있는 존재가 되게 되어 있다. 스스로가 중요한 존재임을 인정하게 된다. 그래서 격에 맞는 품위를 유지하려고 힘쓰게 되는 것이다.
행복한 결혼생활의 비결은 매일 아내의 머리 위에 애정이라는 월계관을 씌워주는 것, 매일 아침 출근하는 남편의 가슴에 존경이라는 훈장을 주렁주렁 달아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내 아내 내 남편이 정말 품위 있는 존재로 되게 하는 것이다. 애정과 존경 그것이 가정 안에 있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