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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 보 용 시 인 |
ⓒ 성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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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시락한 바늘 잎 나무가 살얼음지는 겨울에
노숙자보다도
초라한 모양으로
비탈진 언덕을 지켜보고 있다
한때는
뙤약볕 그늘 되어 노동 대가로
받은 땀방울도 식혀 주었고
헐떡이는 삶
쉼 호흡으로 숨고르기 할 때
슬그머니 곁에서 위로가 되어 주었다
그렇게 당당하게 보이던 너
찬 바람 부니
고개 숙일 줄 아는 겸양과
가졌던 것도 버릴 줄 알고
무거운 짐도 내려놓을 줄 아는 법도 일깨워 주었다
지금은 빛깔의 아픔도
나무의 선율도
기억의 강물이지만
흙을 움켜쥐고
소연(騷然)한 바람 불면
바람의 율동이 음악 되어 연주도 하리라
그 날을 위해
깊은 땅 속에서
내 가까운 조각 돌 한 개
흙 한 줌을 소중히 여기는
뿌리, 보이지 않지만
나무는 너를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