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성주는 유림의 고장으로 이름난 문인과 걸출한 선비들을 배출한 고장으로 알려져있다. 이러한 선현들의 발자취를 이어받아 바른 인성 함양과 건강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성주교육 수장에 새로운 인물이 등용됐다. 이에 새로 취임한 지기룡 교육장을 만나 교육에 대한 소신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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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 기 룡 △대구 출생(만 60세) △대륜고, 경북대사대 수학교육과 졸 △아내(최말연)와 1남1녀 △경북외국어고 외 교사, 청송교육지원청·경상북도교육청 장학사, 삼성현중학교 교감, 고경중·영천중·효령고 교장, 현 성주교육지원청 교육장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표창 등 |
ⓒ 성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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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교육장으로 취임한 소감은?
선비의 고장, 유림의 고장 성주에 부임하게 돼 무척 기쁘다. 특히 교육계에서 경북·대구의 교육감 및 대학총장 등 많은 인재를 배출한 이곳 성주의 교육장으로 부임하게 돼 무척 영광인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부임인사차 들른 군의 기관장님 및 학부모님들에게서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남다름을 느끼고 그 기대에 부응해 '삶의 힘을 키우는 따뜻한 성주교육발전'에 더욱 힘쓰도록 하겠다.
▣ 중점 교육방침이 있다면?
지식을 집어넣는 게 아니라,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것이 교육(education)의 어원이다. 아이들의 잠재성이 자연스럽게 발현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의 다양성을 인정해주고, 긍정과 칭찬으로 옳은 길을 가도록 지도하고, 선의의 경쟁 가운데서도 건강한 마음을 갖는 미래의 주역이 되도록 하는 교육을 펼치고자 한다.
▣ 교사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저는 삼형제 중 장남으로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수업료가 면제되는 사범대학을 갈 것인가, 아니면 취업하기 쉬운 공과대학을 선택할 것인가를 망설였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학창시절 학습반장으로, 아침 자습을 위해 방과후에 남아서 칠판에 문제를 만들어내고 다음날 풀이를 해주면서, 어떻게 하면 급우들에게 쉽게 설명할 것인가를 많이 생각했고 그 일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래서 적성에 맞는 사범대학을 선택하게 됐고 지금은 아주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 교직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제자는?
어려운 가정환경과 부모의 이혼으로 여동생과 함께 자취하면서 여상을 다니다가 형편상 자퇴한 제자가 떠오른다. 그 제자는 재혼한 어머니와 생활하다가 2년후 다시 남녀공학 고등학교에 입학했으며, 고2때 담임과 학생으로 만났다. 여학생이지만 나이도 많고 카리스마도 있어 2년 연속반장이 됐다. 그러나 급우 가운데 공부를 힘들어 하고, 결석하는 학생들이 생겼다. 그러자 사회의 경험이 있던 그 제자는 나이어린 급우을 격려하고 나무라기도 하는 선생님 같은 제자였다. 자기의 어려움을 담임에게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곧 스스로 잘 할 수 있을 거라며 웃음 짓던 제자였다.
▣ 성주에 대한 느낌은 어떠신지?
성주는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산천이 밝고 수려해 일찍이 문명이 뛰어난 사람들과 이름높은 선비가 많았다. 논은 영남에서 가장 기름져 씨를 조금만 뿌려도 수확이 많다'고 평했을 정도로 물자가 풍부하고 인심이 후한 고장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자그마한 군이지만 그동안 만난 분들이 교육에 대해 대도시에 못지않은 열의와 관심이 느껴졌으며, 또한 교육장 발령 후 격려차 전화를 하거나 만난 성주가 고향인 선후배들의 고향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고, 아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느꼈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각오는?
마지막 교직생활이 성주가 될 것이다. 성주에서 아름다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외부적으로는 학교에 명령하고 지도하는 교육지원청이 아닌, 학교에서 필요로하는 부분을 적극 지원하고, 어려움을 같이 나누고 힘이 돼는 역할을 하겠다. 내부적으로는 직원들과 항상 소통해 상의하달이 아닌 하의상달이 되고, 본인이 추진하는 사업의 주체자가 돼 삶의 힘을 키우는 따뜻한 성주교육이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 교육철학이나 좌우명이 있다면?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머리로 생각하는 지성과 가슴으로 느끼는 감성의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 21세기는 정보화 사회이기 때문에 독불장군식 사고를 지닌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 공부를 잘하고 실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른 인성을 갖추는 일이 더 중요하다. 자기 욕심만 차리지 않고 남을 배려하고 사랑할 줄 아는 학생을 키우는 것이 곧 교육이라 생각한다.
좌우명은 여러 번 바뀐 것 같다. 학생시절에는 치기로 '笑而不答(소이부답)'이라는 문구가 맘에 들었고, 학교관리자가 된 다음 부터는 '君子三變'(군자삼변)을 항상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 평소 여가생활은 어떻게 보내나?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일이 일상화됐던 장학사 시절, 자주 도서관을 찾게 됐는데 학창시절에는 재미없고 딱딱하게만 여겼던 인문학 책들을 접하게 됐다. 학창시절과는 달리 그 내용이 공감되고 앞으로 삶의 지침서로 여기게 됐다. 지금도 그런 책들을 찾아 읽고 하나하나 그 내용을 컴퓨터에 요약정리해 블로그에 저장해 두고 가끔 읽어보곤 한다. 취미는 주말이면 혼자 또는 집사람과 함께 등산을 다닌다.
▣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어느 공익광고에 '부모는 멀리 보라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고 한다. 부모는 함께하고, 학부모는 앞서 가라고 한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지만,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말!
부모와 학부모의 차이다. 누구나 부모가 되고 싶지만 실상 대부분은 학부모다. 학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바라는 직업은 의사, 법관, 정치인이 많다. 그러나 그것은 삶에 필요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바라는 것은 행복한 삶일 것이다. 공부를 잘하고 실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른 인성을 갖추는 일. 남을 배려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자기 실력보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아이들에게 친구는 경쟁자가 아니라 길동무라고 가르쳐 주고, 함께 잘 살도록 애쓰라고 가르치기 바란다.
조진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