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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2020년 총선, 정치혁명이 되려면?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19.03.26 14:42 수정 2019.03.26 02:42

↑↑ 하 승 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 성주신문


한국사회에는 지금 울화가 차 있다. 분노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거문제, 불평등문제, 일자리문제, 교육문제, 안전문제, 환경문제. 어느 것 하나 풀리질 않는다.

미세먼지가 이렇게 심각한데,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신뢰할만한 대책이 나오질 않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책임회피, 임시방편, 보여주기식 대책은 쏟아지지만, 실제로 그런 대책으로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되리라 기대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불신이다. 그리고 이렇게 엉망인 나라에 대한 분노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차올라 있다.

그것은 정치불신, 정치혐오로 쉽게 연결된다. 그리고 국가에 대한 기대, 지자체에 대한 기대가 없어진다. 각자 알아서 자기 삶을 챙기는 수밖에 없다는 '각자생존'이 그나마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정치불신, 정치혐오를 가장 잘 이용하는 세력들이 있다. 바로 이 사회에서 충분히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정치세력이다. 이들은 비리, 갑질, 예산낭비를 저지르면서, 그렇게 형성된 정치불신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한다. 정치혐오 때문에 투표율이 떨어지면 이들은 오히려 좋다. 그러면 자신들의 고정지지표로 당선되는게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툭하면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자는 얘기를 한다.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는 것이 자신들의 특권을 강화한다는 것을 알고 하는 얘기이다. 간단하게 생각해서 어떤 직업을 300명이 갖고 있는 것보다는 200명이 갖는 것이 희소가치가 크다.

대한민국의 경우에 의사들의 소득수준(노동자 평균연봉 대비)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데,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의대졸업생 숫자를 통제해서 의사들 숫자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 특히 지역구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비례대표같은 것을 없애고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는 것이 자신들의 희소가치를 올리는 길이고, 기득권을 확대ㆍ강화하는 방안이다.

문제는 중앙언론이다. 많은 중앙언론들도 정치불신을 확대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그것은 지금과 같은 거대정당 중심의 정치구조가 중앙언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거대언론들은 거대 정당과 공생하면서 정보도 주고받고 정치에 관여한다.

그래서 많은 중앙언론들은 분노한 국민들의 속마음을 짚으려고 하지 않고, 단순 여론조사를 해서 결과를 발표한다. '국회의원 숫자가 늘어나는게 좋으냐, 줄어드는게 좋으냐'는 식의 여론조사가 그것이다. 이렇게 물어보면 국민들이 '국회의원 숫자 줄이자'고 대답하는게 당연하다. 지금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보고 있으면, 누가 늘리자는데 쉽게 동의하겠는가?

이런 속에서도 양심적인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은 국회의원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회의원을 뽑는 규칙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해 왔다.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든 줄이든, 지역구에서 1등해야 당선되는 선거방식을 유지하는 이상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국민들의 삶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의 선거제도에서는 국가적인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고, 오로지 지역구 관리만 잘 하면 당선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를 바꾸는 방법은 비례대표제라는 선거제도를 도입하는 길뿐이다.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OECD국가 36개국 중에서 26개국이 정당득표율대로 국회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제 국가이다. 비례대표제를 해야만, 정당들이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정책경쟁을 벌이고, 그것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정당들이 정책경쟁을 벌이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 비례대표제임을 인정한 바 있다.

만약 선거제도가 바뀌면 내년 총선은 양상이 바뀔 것이다. 정당들은 정당지지율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책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도 지금까지는 장식품처럼 생각했던 '정당비례대표 투표'를 중시하게 될 것이다. 비례대표 공천의 문제가 있지만, 공천의 민주성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검증하게 하는 방법이 이미 제안되어 있다. 그렇게 하면서, 지역구 공천도 지금까지와는 달리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내년 4.15 총선은 정치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다.

만약 선거제도가 안 바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년 총선을 통해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했거나 소극적이었던 정치세력을 심판하고, 특권에 찌든 정치인들을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삶보다 자신들의 기득권이 중요한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더 이상 표를 줘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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