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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부부 갈등의 치유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19.04.02 10:03 수정 2019.04.02 10:03

↑↑ 배태영
경희대 명예교수
ⓒ 성주신문

인도에 이런 창조 설화가 있다. 조물주가 천지만물을 창조하고 마지막으로 사람을 창조하였는데 남자를 만들어 놓고 나니 모든 재료가 동나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여자를 만들려니까 재료가 없어서 생각 끝에 이미 만들어놓은 것 중에서 재료를 조금씩 뽑아가지고 여자를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그 재료는 이런 것들이다. 보름달과 같은 둥금과 포도나무 가지 같은 연약함과 꽃잎 같은 흔들림과 갈대 같은 가냘픔과 꽃과 같은 화려함과 나뭇잎 같은 가벼움과 햇볕 같은 온화함과 바람 같은 불안정과 토끼 같은 두려워하는 마음과 공작 같은 허세와 새의 가슴 같은 부드러움과 금강석 같은 강인함과 꿀 같은 달콤함과 호랑이 같은 잔인함과 불 같은 정열과 얼음 같은 냉혹함과 종달새 같은 수다스러움과 꾀꼬리 같은 음성과 황새 같은 우아함과 여름 날씨 같은 변덕 등을 혼합해서 여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서 남자에게 데려갔더니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여자를 옆에 끼고서는 아주 신나게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1주일 후에 이 남자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 여자를 데리고 숲속에서 나왔다. 그리고 조물주에게 말했다. “창조주여, 이 여자와는 도저히 살 수가 없습니다. 하루 종일 종달새처럼 재잘대고, 종일토록 자기에게만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졸라대고,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으면 부엉이처럼 울다가 호랑이처럼 덤벼듭니다. 그러니 이 여자를 데려가주세요.”

그래서 조물주는 그 여자를 데리고 갔다. 이 남자는 신이 나서 발걸음도 가볍게 휘파람을 불면서 숲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러더니 1주일 후에 그 남자가 숲속에서 다시 나왔다. 그리고는 조물주를 찾았다.

“창조주여, 그 여자를 제게 다시 돌려주십시오. 그 여자가 없으니 저의 생활이 텅 빈 것 같습니다. 그 예쁘게 흘겨보던 사슴 같은 눈동자, 매달리며 애교떨던 그 꽃과 같은 미소, 꾀꼬리 같은 음성, 볼수록 아름답고 만질수록 부드러운 그 여자가 없으니 살아도 사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러니 그녀를 다시 저에게 돌려주십시오”라고 간청했다.

그래서 조물주는 여자를 다시 돌려주었다. 남자는 여자를 데리고 신나게 숲속으로 사라져갔다. 이번에는 3일만에 또다시 여자를 데리고 나왔다.

“창조주여,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여자는 내게 기쁨을 주기보다는 더 골머리를 아프게 만듭니다. 도저히 함께 못 살겠으니 데려가주십시오”라고 했다.

그 남자를 한참 쳐다보던 조물주는 “나도 모르겠다. 없으면 없어서 못 살겠다고 하고, 있으면 있어서 못 살겠다고 하니 나도 모르겠다”고 하면서 등을 돌려버렸다. 그러자 남자는 “아이고 내 팔자야!” 하면서 그 여자를 데리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시 숲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가정의 중심이요 가정의 핵은 부부인데 이 부부 사이의 갈등은 태초부터 시작된 것 같다. 이 창조 설화가 보여준 것은 여자는 아주 복잡하게 창조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단순하게 만들어진 남자와 동일하게 취급될 수 있느냐는 말이다.

부부가 갈등 없이 살려면 무엇보다도 상대방이 나와는 성(性:gender)이 다르다는 것을 명심하고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편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아무리 늙어도 그 성의 차이에는 변함이 없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해도 남자와 여자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혼을 했다고 해서 남성·여성을 벗어 던지고 중성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은 늙어서 죽을 때까지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가까운 부부라 할지라도 의견과 생활 방식, 가치관 등이 다를 수 있다.

“남자는 일하는 재미로 살고 여자는 말하는 재미로 산다”는 말이 있다. 남자는 하루에 평균 2,500마디의 말을 하고, 여자는 좀더 많이 3,000마디의 말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남자는 직장 생활을 통해서 2,500마디의 말을 다 해버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아내는 그 시간까지 하루 종일 몇 마디의 말을 했을 뿐이다. 그래서 아내는 남편이 돌아오면 이것저것 할 말이 많은 상태이다.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겠는가? 남편이 말한다. “당신은 나만 보면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저녁이나 차려줘.” 그러면 아내는 이렇게 응수한다. “당신은 나만 보면 밥 생각밖에 안 나요? 내 얼굴이 밥으로만 보여요?” 이렇게 티격태격 싸운다.
백화점 7층에서 구입할 물건이 있을 경우 남자는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서 물건을 산 후 바로 백화점을 빠져 나온다. 그러나 여자의 경우, 우선 지하층에 들려 배부터 채운 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뭐 싼 것이나 새로운 것 없나 하고 층층마다 둘러본다. 그렇게 해서 7층까지 가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차이 때문에 나이 든 부부일수록 함께 백화점 쇼핑을 끝낸 후에 정답게 귀가하는 부부는 많지 않다고 한다.

부부 사이는 서로가 다른 면을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해서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 남편은 아내의 말을 성의 있게 들어주고 아내는 남편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내가 원하는 쇼핑을 함께 해주는 남편의 아량이 필요하고, 아쉽더라도 쇼핑 시간을 다소 줄여보는 아내의 노력도 있어야 한다. 매사에 부부간에 서로 성이 다르다는 것을 명심하고 서로가 양보해서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부부 사이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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