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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자마당

책임있는 어른으로 살겠다면?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22.11.29 09:34 수정 2022.11.29 09:36

↑↑ 하 승 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변호사
ⓒ 성주신문

 

나라 안팎이 위기이다. 경제위기, 남북관계 위기, 기후위기같은 거대한 위기들이 닥쳐오고 있다. 게다가 서울 한복판에서 수많은 목숨들이 생명을 잃는 참사까지 발생했다. 그런데도 정치는 무능하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지금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 입장에서 보면, 어린이나 청소년, 청년들 보기가 미안하다. 어떻게 하다가 사회가 이렇게 되었을까? 라는 탄식이 나온다.

이런 사회에서 어린이, 청소년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매년 방정환 재단이 조사해서 발표하는 <한국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어린이,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조사대상인 OECD 22개 국가 중에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만족도는 최하였고, 외롭다는 응답비율은 2번째로 높았다.

학력수준 등 객관적인 수치는 좋으나, 당장 살아가면서 느끼는 행복감이 낮은 것이다. 이런 현상은 그동안에도 지속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과도한 경쟁, 학업 스트레스 등이 대한민국 어린이, 청소년들의 '삶에 대한 만족감'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10년후, 20년후에 부딪히게 될 상황은 또 어떤가? 기후위기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세계 각지가 이상기후로 인한 홍수, 가뭄, 슈퍼태풍, 해수면상승 등을 겪고 있다. 그리고 기후위기는 점점 더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기후위기는 심각한 식량위기, 물부족 등으로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매년 세계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를 열고 있지만, 전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2022년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전년 대비 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UN 차원에서는 2030년까지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5%를 감축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것이다. 오죽하면 지난 11월 8일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이 "우리는 기후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라고 했을까?

이렇게 기후위기가 심각해진 것은 지금의 어린이, 청소년들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다. 세대로 따진다면,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면서 물질적 풍요를 누려온 기성세대가 책임을 질 문제이다. 또한 선거권을 행사하면서 그래도 정치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세대도 기성세대이다. 그런데 이런 기성세대들이 만들어온 사회가 '삶의 만족도'는 낮고 지속가능하지도 않은 사회인 것이다.

물론 세대만으로 구분짓는 것이 가진 함정도 있다.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이 지금같은 사회를 만든데 훨씬 더 많은 책임이 있다. 기득권 정치인, 고위행정관료, 재벌과 대자본ㆍ자산가, 기득권 언론인 등이 그런 사람들이다. 이들이 대한민국을 각자생존의 사회로 만들어 왔고, 사회의 공동체성을 깨 왔다. 또한 이들은 지금도 온실가스를 대량배출하고 지속가능성이 없는 사회ㆍ경제구조를 유지하려 한다.
그에 비하면 소박하게 살아온 우리가 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가? 라는 질문도 가능하다. 그러나 기득권을 가진 소수가 우리 사회의 방향을 나쁘게 끌고 가는 것을 막지 못한 책임도 책임이다. 지금의 기성세대는 그래도 지금의 어린이, 청소년, 청년들보다는 더 많은 기회가 있었고, 미래가 덜 암울한 조건과 상황에서 살아온 것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최근 결성된 '60+ 기후행동'같은 움직임이 의미있다. 올해 1월에 결성된 '60+기후행동'은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60대 이상의 시민 700여명이 참여해서 만들어진 모임이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어린아이와 눈을 맞추기가 힘듭니다. 청년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지 못하겠습니다. 어르신들께 안녕하시냐는 인사도 건네기 어렵습니다"라고 얘기를 꺼냈다. 이처럼 책임을 느낀 사람들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 변화를 위한 출발이 될 것이다.

물론 기성세대가 이렇게 움직이는 것이 오로지 다음 세대를 위한 것만도 아니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닥쳐오고 있는 일이다. 지금의 50, 60, 70대도 기후위기로 인해 끔찍해진 세상을 겪게 될 것이다.

다만 기성세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는 지금의 어린이, 청소년들은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재앙을 맞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심과 책임감을 가진 어른들이 먼저 움직여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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