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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자마당

징글벵 징글벵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23.01.17 09:49 수정 2023.01.17 09:49

↑↑ 최 필 동 수필가
ⓒ 성주신문

 

특정 종교인을 제외한 지구인 모두가 즐기는 성탄절, 그 전야와 함께 하루 만에 지나가 버려 아쉽다.

참으로 오랜만에 내 10대 후반일 때의 기억을 소환하게 한다. 라디오도 귀했던 그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크리스마스 송가(캐럴) '눈 오는 아침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 종소리 울려라···'에서 '징글벨'을 '징글벵'으로 듣고 따라했던 것 말이다. 동네에 있는 교회에서 배운 애들이 음원(音源)이었다. 지금 돌이키니 바다가 뽕나무밭이 된, 격세지감이다.

그 송가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나도 많이 불렀으며 입대 전 어디서 원어(영어)로 된 본 캐럴송 가사를 보고 사전 찾으며 배웠던 기억이 있다. 당시로서는 귀한 그 노래 적어 뒀는데, 그 쪽지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텐데···.

그후 입대하여 야간 훈련 중일 때 그날이 바로 25일(성탄절)이어서 소대장이 나를 불러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라는 명(?)을 받았다. 세월이 하 흘러 기억은 흐릿하지만 첫 소절 '댓(뎃)싱스루더 스노우 인어원 호스 오픈 슬레이 오어더 필드위고 라핑 올더웨이···'는 선명히 떠오른다. 비록 영어 독음(讀音)이 그때와 지금이 많이 다르지만 서툰 창법으로 불러 박수를 받은 일도 있었다. 그 실력으로 박수 받은 것, 지금 생각하니 코미디(?)이다.

나도 남만큼 좋아해 불렀던 '징글벵'을 지금은 '음원 소유권' 운운으로 방송으로도 들을 수 없으니 그야말로 금석지감이다. 몇 년 전만해도 백화점 등 대형업소는 물론 축제의 날인 듯 거리마다 가족과 연인들 손잡고 쏟아져 나오던 인파들은 희색이 만면한 얼굴이었으며, 축하 캐럴에 맞춰 흥겹게 걷던 가벼운 발걸음이 그게 바로 '북적이는 거리의 낭만'이었다. 트리로 장식된 축복의 마당이었다. 젊은이들의 발걸음은 분명한 '댄스스텝'이었다. 모처럼 활기 찾은 생동감 넘치는 거리였으니 더욱 그러했다.

대주교와 목회자들이 인류 모두에게 약자 보호와 가장 낮은 곳으로의 은총을 내렸으면 하는 기원들은 인류애를 느끼게 했다. 비록 흘러나오던 낭만의 그 캐럴이 사라진 것이 몹시도 헛헛함을 감출 수가 없게는 됐지만, 그래도 단 하루만이라도 환희로 밝은 오늘이 된 것만은 여실했다. 종교 여부와 불문(不問), 온 인류가 기쁘고 즐거운 성탄절인데 우리 정치판을 돌아보니 딴 세상 같아 희비가 갈리고 만다.

낭만의 그 노래와 함께 흥겨웠던 국민들의 발걸음이 계속됐으면 좋으련만, 이른바 '3고'인 시대에다 온 국민의 가슴에게 이태원 참사의 책임 여부의 결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그 난제는 더욱 마음을 무겁게 한다. 게다가 세밑을 장식하는 '금년의 사자성어'가 말하듯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아시타비)'로 싸우기만 하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는 말이다.

'하늘의 영광과 땅의 축복' 정도만 아는 나는 '그 참사'와 환희의 성탄절을 대비하는 것이 적절치는 않지만, '국익 최우선으로의 지향점'이 실종된 정치판을 보니 둔사(遁辭)로지만 비판을 하게 한다. '희면 검다하고 검으면 희다'하는, 치열한 다툼에 빠져 있으니 그 혼란을 지적하며 하는 말이다. '흑백'을 언급하고 보니 지겨운 '대장동'이 빠질 수가 없다. 뇌물을 줬다고 하고 상대는 아니라고 극구 부인한다. 준 것(증뢰)과 받은 것(회뢰)이 언젠간 밝혀질 텐데 이게 바로 혼탁한 정치판의 맨얼굴이라는 말이다.

또 있다. 실형을 받은 자가 재판을 탓하며 '언젠간 진실이 밝혀진다'고 호언하는 것을 본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수감 중인 전 지사가 그렇고, 만기 출옥한 전 총리가 전형(典型)이다. 대장동 비리는 결코 없었다는 당시 시장은 지금도 '···칼춤'이라 검찰을 반격하고 그 비호세력은, 검사 명단도 공개하더니 검찰 해체 입법까지 하자는, '개딸'들의 시위도 있다. 명단 공개를 본 야당 중진의원은 '몰상식···'이라 직격한다.

게다가 모든 것을 부인만 하고 있는 야당대표가 만에 하나 유죄를 받으면 검찰과 법원 모두를 비판, 묵살할 것이 명약관화다. 불리한 것은 모두 부정하고 '모른다'가 주 무기이니 말이다. 말 요리조리 잘 꾸미고 논리 정연한(?) '요설(饒舌)의 달인'이라 비판하는 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야는 말로만 '민생···' 운운이지 실상은 '나'와 내가 속한 '정파'에만 모두를 거는, 소신은 뒷전 '줄서기'에만 몰두한다.

이태원 참사에 정부·여당은 책임지는 자가 없는 것이 정치판을 잘 말해주는 사태의 본말이다. 최소한 행정적 책임은 고사하고 도의적 책임만이라도 져야할 것이니 말이다. 이른바 '사법리스크'가 코앞인데 생뚱맞게 '민생투어'를 공언하는 야당대표도 역시 그 전형이다. 부끄럼을 모른다. 여당은 '도피투어'라 비아냥댄다.

또 야당 의원(신영현)은 촌각을 다투는 위급 상황인데 닥터카를 제 집으로 불러 타고 가는 바람에 2~30분의 지체도 있었다. '갑질'의 표본이었다. 그래놓곤 국회에서 총리와 장관에게 제대로 대처 못한 책임을 호통, 질타했다. 이럴 때 식상한 말 '내로남불'로는 설명할 말이 궁색하다. 호통, 질타는 할 수 있는 참사지만 그런 말을 쏟아내는 의원은 물론 참사 분향소 가서 '파이팅'을 외치는 의원은 '기본(자질)'이 문제라는 말이다.

지구인 모두가 즐거워한 성탄일을 보낸 오늘인데, 어두운 나랏일만을 언급하려니 내 마음부터 무거움을 감출 길이 없다. 그래도 국민 모두가 국태민안의 축복 받는 새해가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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