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연도 표기 의무화에 따라 '2022년'이 기재된 참외박스(좌)를 사용하기 위해선 '2023년'이 적힌 스티커 등을 박스(우)에 부착해야 한다.

ⓒ 성주신문

참외 포장박스에 대한 생산연도 표기 의무화를 두고 성주지역 농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7월부터 참외를 포함한 신선농산물을 불투명한 상자에 포장할시 생산연도 또는 포장일자 등을 명확하게 표시토록 규정했다.

식약처 측은 "불투명한 박스는 내용물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어 소비자가 신선도를 파악하기 힘들다"며 "생산 및 유통과정에서 거짓표시로 인한 소비자의 혼동을 원천 차단코자 제도를 마련했다"고 시행목적을 밝혔다.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당시엔 참외 주요 생산시기 중·후반으로 농민들이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았으나 해를 지나 본격적인 수확철이 시작되면서 문제란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성주군 관내 참외 선과장 관계자는 "참외 선별 및 포장작업에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 박스에 생산연도가 제대로 표시되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니 노동시간 및 인력을 고려할 때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성주군 월항면에서 참외를 재배하는 농민 A씨는 "보통 참외박스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작목반 등에서 한꺼번에 대량으로 주문하는데 매번 지난해 사둔 박스가 재고로 남는다"며 "그동안은 기존 박스도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었지만 사전에 제대로 된 설명없이 일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만 하니 이게 바로 낭비가 아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참외의 경우 쌀, 감자 등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저장농산물과 달리 구입 후 기껏해야 최대 1~2주안으로 소비하므로 사실상 생산연도 표기의 의미가 없어 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서 해당 제도는 산지 상황과 품목별 특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생산연도 표기의 실효성과 인적·경제적 비용부담 등이 문제가 되는 가운데 최근 성주군은 기존 참외박스를 사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일부농가에 '2023년'이 적힌 스티커를 배부했다.

스티커, 라벨, 꼬리표 등을 사용해 생산연도 표시를 대체할 수 있다는 내용에 따른 것이다.

성주군청 농정과 관계자는 "제도 의무화에 대한 지역농민들의 불편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앞서 식약처를 상대로 산지 상황을 고려한 제도개선을 요구했으나 신선농·수·축산물 기준이 광범위한 탓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바 관련기관 및 부서와 개선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농산물 생산연도 표기제 시행 및 단속을 담당하는 성주농산물품질관리원 측은 "농가의 이해를 구하고자 각 읍·면행정복지센터, 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해 제도 알리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농민은 "상자마다 일일이 스티커를 붙이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며 "또 스티커를 붙여 가렸다고 혹 소비자로부터 연도를 속이고 팔았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최근 농협중앙회는 금년 농업·농촌 숙원사항 중 하나로 '불투명 농산물 포장상자 생산연도 표기 규제'를 선정했다.

농협중앙회 측은 "신선채소와 과일은 보통 같은 해에 수확 및 소비돼 생산연도 표기의 실효성이 현저히 낮을뿐더러 신규 포장재 제작 등으로 비용 부담만 커진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