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령 지산동고분군, 합천 옥전고분군 등 영호남의 가야고분군 7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World Heritage)으로 등재한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성주 성산동고분군은 포함되지 않으면서 까닭을 묻는 목소리가 적잖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가야고분군은 약 1천500년 전 우리나라 고대 국가인 가야의 문화권을 대표하는 연속유산이자 여러 소국이 연맹을 이뤘던 당시 체계를 반영한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성산동고분군은 성주지역을 아우르는 옛 성산가야 지배층의 무덤으로 추정하나 과거 발굴조사 당시 신라의 영향을 받은 지역임이 드러난 바 있다.
특히 성산동고분군에서 출토된 토기류가 신라의 영향권이던 낙동강 중류, 칠곡 및 대구 서부에 이어 안동까지 일부 확인되는 등 신라와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
지도상으로는 고령과 인접해 있으나 출토유물의 특성을 두고 다소 차이를 보이면서 당시 신라와 적대관계인 대가야와는 문화적인 교류가 없어 보인다.
때문에 성산가야가 본디 가야계통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일각에서는 인접한 고령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성공함에 따라 성주도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가 가치를 공인하므로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상당해 여러 지자체가 앞다퉈 등재에 주력하고 있다.
등재 시 보전을 위한 정비·홍보·학술사업 등 여러 영역을 지원받으며, 무엇보다 관광객 증가로 인한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조사에 따르면 세계유산 지정 이후로 대상지마다 차이를 보이나 적게는 20%, 많게는 50% 이상 관광객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중 지난 2019년 '한국의 서원'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대구 달성군 소재의 '도동서원'은 방문객수가 3만명대로 크게 늘어났으며, 앞서 2014년 지정된 경기 광주에 위치한 '남한산성'은 오는 2033년까지 3천690억원 상당의 부가가치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성주는 10여년 전부터 월항면 인촌리 소재의 '세종대왕자태실' 세계유산화를 위한 각종 학술용역 의뢰 및 보고회 등을 추진한 바 있다.
세종대왕자태실은 생명존중이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구현하고 조선의 왕실문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아 세계유산화에 적합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수차례의 용역을 거치고 지난해 민선8기에 들어서며 세종대왕자태실 단독이 아닌 경북·경기·충남의 조선왕조 태실유적을 묶어 세계유산에 공동 등재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공동 등재로 확실성을 높이고 영향력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국내 태실 유적을 보유한 경북·경기·충남 3개 자치단체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만나 세계유산 공동 등재 추진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성주에서 자리를 마련한 가운데 세계유산의 보편적 가치 및 등재기준에 충족하는 태실 선정과 협의체 구성을 통한 체계적인 보존관리 및 복원계획 수립의 중요성, 등재 절차 변화에 따른 대응방안 등을 공유한 바 있다.
더구나 연내 태실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위한 학술 심포지엄이 예정된 만큼 지자체는 유관기관 및 단체, 학회 등과 꾸준히 협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성주군 관계자는 "세종대왕자태실을 포함한 조선왕조 태실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사항 이행률은 현재 기준 약 30% 선"이라며 "중장기 시책으로서 태실에 대한 기초연구와 보존·관리계획을 꼼꼼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은 세종대왕자태실과 영천 인종대왕태실, 예천 문종대왕태실비 등 전국에서 가장 많은 태실을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