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1년 전 조성한 성주읍 별빛골목길이 예상과 달리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며 골목 분위기는 여전히 침체돼 있다. 이에 국내외의 성공적인 거리 활성화 사례를 소개하며 '성주별빛골목길'에 대한 주민의 관심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행정과 주민의 노력은 무엇일지 고민해본다.【편집자 주】
1_별빛골목길 특별환경개선사업
2_성남시 백년기름골목 특화거리
3_전북 군산시 짬뽕특화거리
4_일본 간다지역 고서점 특화거리
5_동경 차 없는 거리·도구거리
시간여행축제와 짬뽕페스티벌
동시 개최로 관광활성화 기여
독창적 콘텐츠가 경쟁력으로
↑↑ 군산 짬뽕거리에 있는 80년 전통의 '빈해원'은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 성주신문
전북 군산에는 '짬뽕거리'가 있다. 내노라하는 짬뽕 맛집들이 즐비하다. 군산 앞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싱싱한 해산물을 듬뿍 넣은 짬뽕은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으며 군산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됐다. 군산에서 짬뽕을 먹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은 이젠 낯익은 풍경이다.
최근 군산시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서 먹거리의 만족도 1위 역시 짬뽕으로 나왔다.
군산은 골목상권 활성화 및 먹거리 관광을 위해 2018년부터 짬뽕 특화사업을 적극 추진해 왔다. 장미동 구도심 일원에 짬뽕 특화거리 조성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2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특색 있는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마련하며 관광객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행사가 바로 '군산짬뽕페스티벌'이다. 군산시는 군산짬뽕의 인기가 높아지자 2021년부터 짬뽕을 전국적인 인기관광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군산짬뽕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지난해 치러진 행사에는 8만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무엇보다 축제기간동안 짬뽕특화거리 내 업소들의 매출이 2∼3배 가량 오르는 등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기간에 군산 숙박업소 192개소가 만실이 되는 등 침체돼 있는 구도심의 골목상권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도 군산짬뽕페스티벌은 이어졌다. 10월 7일과 8일 이틀간 군산 동령길(장미동·영화동) 일원에서 개최됐다.
이번 축제의 경우 입점업 및 상가번영회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짬뽕특화거리를 거리축제장으로 조성하고, 지역예술인 공연을 시작으로 짬뽕먹기·각종체험, 프리마켓 등 한층 업그레이드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짬뽕거리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군산 짬뽕거리가 관광명소가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짬뽕페스티벌을 통해 군산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세계의 여러 짬뽕을 직접 보고 즐기며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짬뽕 특화거리에 입점을 망설이는 업소도 꽤 많다고 알려졌다. 입점을 포기한 대부분의 업소들은 적은 유동인구와 비싼 임대료, 노후된 건물의 리모델링비 등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2019년 10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영향이 큰 타격을 준 것으로 군산시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군산시는 업소 유치를 위해 올해 이곳에 입점하는 중식당 운영자나 창업 예정자에게 최대 5천만원(자부담 20%)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일대 500m 구간에 8억여원을 투입해 전선지중화도 완료했다.
그러나, 특화거리 골목이 비좁고 복잡할뿐더러 고질적인 불법주정차는 방문객 및 차량 통행에 큰 방해가 되고 있다. 사람보다 차량이 더 많이 보이는 상황으로 특화거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점포 곳곳에 붙어있는 '임대문의' 표시는 운영 및 관리상태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며 입점업주를 망설이게 하는 주요소로 작용한다.
군산시 관계자는 "신규입점자 시설비, 임대료 및 식자재 구입료, 상수도사용료 30% 감면 등 다양한 지원으로 업소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군산짬뽕페스티벌 개최 등 독창적인 이벤트를 통해 찾고 싶은 짬뽕특화거리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짬뽕거리에는 80년 전통의 빈해원(사진)과 홍영장 등 기존업소와 신규업소인 군산오징어짬뽕·군산점보짬뽕·중화반점1968 등 다양한 중식당이 있다. 이 거리 외에도 군산 시내에 180여 업소에서 짬뽕을 팔고 있다.
영화 '타짜'와 TV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등 촬영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는 '빈해원'은 화교인 왕근석 씨가 1950년대 창업했으며, 군산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음식점이다. 2018년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군산은 '시간여행 도시'라고도 불린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170여채에 달하는 적산 가옥과 해방 이후 미군이 들어오면서 생겨난 펍(서양식 술집), 식료품 가게 등은 이국적인 도시의 모습을 선사한다.
매년 10월 열리는 군산의 대표축제인 '군산 시간여행축제'와 함께 축제 속의 작은 축제로 짬뽕페스티벌이 입소문을 타게 된 것도 독창성이 엿보이는 콘텐츠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군산에서 짬뽕이 유명해진 시기는 군산항에 해산물이 넘쳐나던 1960∼1970년대다. 군산항 새벽시장에서 싱싱한 해산물 등 식재료를 구하기 쉬웠으며 산업화가 빨랐던 군산에는 이 시기에 고무·합판 등 공장이 많이 생겨 근로자들이 푸짐하게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인 짬뽕이 큰 인기를 모았다고 전해진다.
2020년 2월에는 군산원예협동조합에서 군산짬뽕의 명성을 이용해 '군산짬뽕'을 출시했는데, 이 라면은 연간 120만개 이상 팔리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군산 짬뽕거리 사례를 통해 특화거리 활성화에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의지와 함께 행정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수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최성고 / 신영숙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군산시 곳곳에 짬뽕거리를 알리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
ⓒ 성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