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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지역에서도 '평가'와 '심판'이 필요 - 하승수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24.04.30 09:23 수정 2024.04.30 09:23

↑↑ 하 승 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변호사
ⓒ 성주신문

 

지난 4.10 국회의원 총선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정권심판' 선거였다고 할 수 있다. 대의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표자를 뽑아서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대표자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평가가 나쁘다면, 유권자가 투표를 통해 심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의 실정과 국정난맥상에 대한 유권자들의 냉엄한 평가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과 논란들도 총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올바른 대표자라면, 자신의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후에 국정운영 기조와 정책, 언행 등을 수정하고 개선하는 것이 옳다.

한편 이런 식의 평가와 심판은 국가 차원의 대표자에게만 적용될 문제는 아니다. 지역의 정권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에도 평가와 심판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지역 차원의 평가와 심판은 국가 차원보다도 더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가 선거에서의 투표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에서는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거의 보장되니,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오히려 공천권자로부터 공천을 받을 수 있느냐 아니냐가 중요할 뿐이다. 따라서 이런 '일당 지배' 지역에서는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제대로 된 평가나 심판을 받지 않은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간혹 너무 평가가 안 좋으면, 그 다음번 선거에서 소속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무소속 후보자에게 밀리는 경우 정도가 있을 뿐이다.

수도권처럼 특정 정당이 '일당 지배'를 하지 않는 곳에서도 지방선거에서의 평가나 심판은 어렵다. 수도권같은 경우에는 지방선거에서 '국가적인 정치 상황에 따른 바람몰이'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즉 어떤 선거에서는 거대 양당중에 A당이 지역구 선거를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그 다음 선거에서는 B당이 지역구 선거를 싹쓸이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때 그때의 국가적인 정치 상황이 어느 거대 정당에게 유리하냐에 따라 선거결과가 판가름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지방선거에서는 평소의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보다는 '운'이 더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소속된 정당이 그 당시의 정세에서 더 유리하냐 불리하냐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는 것이다.

그리고 중선거구제를 택하고 있는 기초지방의원의 경우에는 수도권 등에서는 거대정당 간에 나눠먹기가 벌어지기 때문에, 1-가, 2-가 기호를 받으면 거의 당선이 보장된다. 2명을 뽑는 선거구에서 거대양당이 1석씩 나눠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방선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에 대한 평가가 선거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직무를 잘못 수행한 선출직에 대한 심판도 어렵다. 이렇게 선거에서조차도 평가와 심판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역정치가 '고인 물'이 되기 쉽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정치가 '고인 물', '썩은 물'이 되면, 결국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이 저하되거나 지역의 문제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이나 농촌지역에서는 '평가의 부재', '심판의 부재'가 낳는 문제가 심각하다. 서울의 강남처럼 국가적으로도 의사결정권을 쥔 사람들이 몰려 사는 곳에서는 지역에서 문제도 덜 발생하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을 해결할 돈과 자원이 풍족하다. 그러나 열악한 지역일수록 지역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지역주민들의 삶이 나아지기 힘들다.

그래서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고, 내가 사는 지역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지역에서부터 선출직에 대한 평가와 심판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역이 바뀌고, 지역주민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 다가오는 2026년 지방선거에서부터 그런 평가와 심판이 가능한 지역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물론 그런 평가와 심판이 보다 쉽게 가능하도록 하려면 선거제도 개혁, 정당제도 개혁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거대정당의 공천이 일차적으로 당선을 좌지우지하는 선거제도로는 평가와 심판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2대 국회에서 지방선거 제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관심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지역주민들의 정치결사체(지역정당)도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제도개혁이 뒷받침된다면, 지역에서도 선출직에 대한 평가와 심판이 보다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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