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승 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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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저출생은 너무나 심각한 사회현상이다.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6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 사회의 인구가 유지되려면 합계출산율이 2명이 넘어야 한다는데 0.6명이라는 수치는 매우 충격적이다. 합계출산율이 1 이하인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물론 결혼이나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다. 그런데 선택하지 않는 개인의 숫자가 너무나 많다는 것은 사회현상이다. 그리고 사회현상은 그 사회의 현재를 보여주고 미래를 예측하게 한다. 너무 낮은 합계출산율은 현재의 대한민국에 문제가 너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미래의 대한민국은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있는 사회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이 매우 낮은 합계출산율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합계출산율이 떨어지는 속도도 매우 가파르다. 1970년대에는 4가 넘었는데, 2000년 1.48명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후 20년 사이에 그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이제는 0.6명대까지 떨어지려는 것이다.
그사이에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이 일단 눈에 띈다. 높은 주택가격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하고 힘들게 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현상이다. 그리고 전국의 모든 주택가격이 동일하게 오르고 유지된 것도 아니다. 결국은 서울이 핵심이다. 서울의 높은 주택가격이 부동산 가격 상승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그리고 서울의 높은 주택가격은 중앙집권적인 정치ㆍ행정체제와 그에 좌우되는 사회ㆍ경제 정책이 낳은 산물이다. 서울에 권력이 있다 보니 서울을 중심으로 정책이 펼쳐진다. 서울로 돈도 몰리고 사람도 몰린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들의 의식까지도 서울중심, 서울선호로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이런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려는 정책을 미흡하나마 폈다. 그러나 이후의 정권들은 그런 노력도 소흘히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전체 인구 중에 수도권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50%를 넘어섰다. 1970년 28.7%였는데, 2000년 46.3%가 되었고, 2019년에는 마침내 과반수를 돌파한 것이다. 이렇게 수도권 집중이 심해질수록 합계출산율은 떨어져 왔다.
이와 관련해서 한국은행이 2023년 12월 발표한 'OECD 국가별 패널 자료를 통한 우리나라 저출산 원인 및 정책 효과 분석'의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이 보고서에서는 "도시 내 인구 밀집도가 높을수록 양육, 교육, 일자리, 주거 등의 경쟁이 과열되어 출산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한국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과 도시집중 현상이 초저출생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는 대한민국의 도시 인구 집중도가 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낮아진다면 출산율이 0.41명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지금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서울이다. 통계청의 '2023년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5명으로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기초지방자치단체 별로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합계출산율이 높은 곳은 농촌지역이었다. 2022년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합계출산율이 높은 다섯 곳은 전남 영광군(1.8명), 전북 임실군(1.56명), 경북 군위군(1.49명), 경북 의성군(1.46명), 강원 양구군(1.43명) 순이었다.
이런 자료들은 초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인구분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인구가 분산되어야 초저출생 문제도 해결 가능한 것이다.
한편 인구분산은 개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수도권 인구집중은 모두의 삶을 힘들게 한다. 대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높은 부동산 가격, 과도한 경쟁, 긴 출퇴근 시간으로 인해 삶이 각박해지고, 피폐해지게 되었다. 인간관계의 풍부함도 줄어들게 되었다. 그 결과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낮은 출산율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장 절실한 것이 '탈(脫) 서울'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집권적인 국가구조를 분권적인 구조로 바꿔야 한다. 농촌지역과 비수도권 지역의 생활인프라를 개선하는데 전 사회적인 노력을 쏟아야 한다.
그러나 제도와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암묵적으로 자리잡은 '지역 간 서열의식'이 깨지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에 산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삶이 행복하고 충만해야 좋은 것이다. 서울이 '좋은 곳'이 아니라 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