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몇 년만에 대구에서 프로축구개막식이 열린다기에 얘들과 처음으로 시민운동장에 구경을 갔었는데 개막전이라서 시장, 지사 등 내빈이 많이 참석해서 시합 전 행사가 많았고, 애국가제창순서에 운동장 한 가운데서 모 대학 교수가 나와서 선창을 하기로 해서 라이트 기둥사이에 있는 국기를 향해 모두 일어서 있는데 마이크 음질점검 등으로 선창이 조금 지체되자 관중 한 사람이 지겨운지 "야, 빨리 해라. 다리 아프다"라고 고함을 쳐서 한바탕 웃긴 적이 있다.
몇 년 전에 '리더스다이제스트'라는 잡지에 '괴짜가 있어야 세상이 즐겁다'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난 적이 있는데 미국의 어느 시 단위 마을에서 상당한 수준의 재산가가 전 재산을 털어서 마을 어귀에 꽃동산을 만들어 온갖 꽃을 사계절 내내 피우면서 매일 아침 출근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하루를 잘 보내라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면서 이런 괴짜가 없으면 세상이 너무 삭막하다면서 괴짜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을 본 적이 있다.
1995년에 혼자서 유럽에 배낭여행을 갔을 때 파리근교에서 매주 토요일 12시에서 1시까지 열리는 중고품시장에 구경을 갔는데 세상에는 언제나 괴짜가 있기 마련이라. 자기 물건 파는데는 신경을 안 쓰고 옆 점포에 왔다갔다하면서 농담이나 하던 털보아저씨 점포에서 촛대가 마음에 들어 가격을 물으니 영어가 통하지 않아서 숫자로 써달라고 했더니 필기구를 건네 달라고 해서 건네주니 옆에서 구경하던 일본아가씨 손을 잡고 억지로 펴서 그 손바닥에 300이라고 적어서 한바탕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시험공부시절 대명동 도서관에서 밤12시 가까이 되어서 남산동쪽으로 골목길을 걸어오면 나이가 50이 넘은 아저씨가 1주일에 3∼4번은 술에 취해서 자전거를 타지 않고 지그재그로 몰고 오면서 혼자서 마치 상대방을 앞에 두고 얘기하듯이 "야, 니가 그럴 수 있어? 니가 그러면 내가 섭섭해. 임마"하면서 계속 중얼중얼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런 사람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고 어쩌면 세상의 청량제 구실을 하는 사람들이다.
작년에 시내 곳곳의 횡단보도입구인도에서 어떤 장애자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대중음악을 정말 신나게 하면서 지나는 사람을 즐겁게 한 적이 있는데 그 분은 누군가 동전을 던져주기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더 즐거운 표정으로 노래를 불렀는데 필자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차를 세워서 "아저씨 멋쟁이"라고 외치고 V자 싸인을 보내주었고 동승했던 사람에게 "내가 보기에 요즘 대구 시내에서 저 사람이 제일 멋쟁이인 것 같다"고 한 적이 있다.
성주인터넷신문 독자분들도 항상 주위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면서 세상의 청량제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도낙회 변호사 (성주중 29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