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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희 국 금수면 조덕환의 子 대구경북서예협회 사무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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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수백 미터의 갱도는 매일이 지옥이었다. 석탄을 캐는 곡괭이 소리와 컨베이어 벨트의 기계음이 쉼 없이 울려 퍼졌다. 사방은 시커먼 석탄가루가 날렸고, 더운 공기가 폐 속을 메워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하루 세 끼 제공되는 식사는 차갑고 부실했으며, 축축한 갱도 속에서 곰팡이 냄새와 땀 냄새가 뒤섞였다.
"내가 여기서 이렇게 죽어가는 건가…"
하지만 그런 절망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삼봉 형 덕분이었다. 서로가 없었다면 이미 무너졌을 것이다. 삼봉 형과 같은 반, 같은 조에 배치된 것은 기적이었다. 불안과 공포 속에서도 삼봉은 덕환 옆에서 항상 든든한 존재로 붙잡아 주었다.
· 뜻밖의 재회
탄광에서의 생활이 한 달째에 접어든 어느 여름날, 삼봉 형이 교대 시간에 덕환을 다급히 불렀다. "잠깐 밖으로 나가자." 영문도 모른 채 따라간 덕환은 깜짝 놀랐다. 그곳에 삼 년 전 고향을 떠났던 주영달 형이 서 있었다.
영달 형은 나보다 세 살 위였고, 어릴 적부터 나를 잘 챙겨주던 형이었다. 일본으로 떠난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겨, 살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던 사람이었다. 형과 포옹을 하는 순간, 복받친 감정이 눈물로 쏟아졌다. 형도 고향 생각이 났는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금은 교대 시간이라 오래 있을 수 없다. 저녁 때 다시 이야기하자."
· 어둠 속의 대화
그날 저녁, 세 사람은 숙소 뒤쪽 창고에서 몰래 모였다. 어둠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며 고향 이야기가 오갔다. 영달 형은 부모님의 안부와 형제들의 근황을 묻더니,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았다.
"나는 일본에 취직시켜 준다는 말에 속아서 이곳에 끌려왔다. 꼼짝없이 갇혀 탄광에서 일하다가 얼마 전 석탄 더미에 깔려 한쪽 눈을 실명했어."
형의 이야기에 우리는 숨이 막혔다. 형은 이미 체념한 듯 보였지만, 마지막으로 간절히 당부했다.
"너희는 어떻게든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회가 오면 무조건 도망쳐."
그날 이후, 삼봉 형과 덕환은 형의 말을 떠올리며 밤낮으로 탈출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 역시 형처럼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 희망의 불씨
탄광 속의 나날은 변함없이 혹독했다. 하지만 영달 형과의 재회는 우리의 마음속에 작은 불씨를 심어주었다. 매일 갱도 속에서 곡괭이를 휘두르며 석탄을 캘 때마다 그 불씨는 점점 커져 갔다. 우리가 살아남아 이곳을 떠난다면, 형의 목숨 같은 당부를 저버리지 않는 일이 될 것이다.
지하 500미터의 어둠 속에서, 우리는 생존을 넘어 희망을 꿈꾸기 시작했다. 더 이상 단순히 버티는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날들이었다.
<다음주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