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의 남은 세월 데리고 살
고향 하나 키우고 싶다.
왜소한 몸 깊은 곳에
살구꽃잎 날리는 고향집 하나 짓고
어떤, 어떤 세상 꿈꿀 것 없이
내가 그런 고향이고 싶다.
헐벗은 영혼의 산기슭에
막무가내로 숲 하나 일구어놓고
그러고도 외로워서
오랜 벗, 오기를 기다린다면
그때는 욕심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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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얼마나 그리우면 "고향 하나 키우고 싶다" 하는가. "살구꽃잎 날리는 고향집"을 스스로의 몸 깊은 곳에다 지어놓고, 차라리 스스로가 고향이 되어버리고 싶다 하는가.
그리고는 '영혼의 산기슭에' 숲 하나 일구어 놓으면 그것으로 족하다니. 그러고도 오랜 벗이 온다면 더 좋겠지만, 그것마저 '욕심'이란다. 고향은 떠나 보지 않고는 고향인 줄을 모른다지만, 이쯤 되면 시인이 고향을 불러들인 것이 아니라 시인의 고향이, 스스로 시인 안으로 들어와 집을 짓고 산 지가 이미 오래된 것일 게다.
( 배창환 .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