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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보약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02.07.12 17:20 수정 2002.07.12 17:20

성주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 김 지 수

여름은 사계절 중 가장 덥고 후덥지근하여 많은 땀을 흘리게 된다. 땀은 300만 여 개에 달하는 땀샘(汗腺)에서 분비되어 우리 몸의 체온을 조절해주는 중요한 기전으로 그 기능은 75-90%에 이른다. 특히 고온 환경에서 하우스 농사를 하는 성주 지역민들은 발한이 심한 관계로 자칫 몸이 쉬 피로해지고 허약해져 식욕감퇴, 무기력, 어지러움 등의 증상을 겪기 십상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여름에는 과로, 과음, 과식을 피하면서 신선하고 영양가 높은 음식물을 섭취하는 외에 다른 어느 계절보다 보약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진료를 하다보면 요즘처럼 지식과 정보의 전달체계가 다양하고 신속한 사회를 살면서도 한방 의료영역에는 좀체 바뀌지 않는 상식의 허가 많음을 자주 느낀다.

예컨대 '여름에는 보약을 먹지 않는다'는 것도 그 한 종류다.
탕약은 물에 달여서 만든 약이니 먹는 즉시 땀과 함께 약효 성분이 빠져 나가버릴 것 같은 단순한 생각 때문인 것 같다.
게다가 한약의 목적을 질병치료 또는 건강 증진 등으로 구분하지 않고 모두보약으로 인식하는 점 또한 이러한 선입견의 형성에 큰 몫을 차지하여 해마다 여름이면 개원가의 진료활동은 어김없이 위축된다.

시급히 치료 해야할 환자조차 이런 류의 얘기들을 스스럼없이 할 때면 그저 어안이 벙벙하다.
이 같은 편견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작 겨울에는 전혀 상반된 물음을 곧잘 던져와 곤혹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약을 먹으면 땀을 내면서 조리해야할 것인지의 여부를 묻는 것이다.

사실 한약의 약효와 땀은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다.
감기 등을 비롯한 몇 몇 발열성 질환의 경우 해열을 위하여 약을 먹고 난 뒤 땀을 내라는 언급은 있어도 땀을 흘리지 않아야 한다는 구절은 아예 없다는 것이다.

또한 흔히 얘기되는 바처럼 "봄과 가을에 약을 먹으면 효과가 좋다"는 통설과 관련하여 한의학 서적 그 어느 곳에서도 근거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허준」선생의 저서인『동의보감』(1613년. 410쪽)에는 오히려 여름에 보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을 뿐이다.
"여름에는 마땅히 보약을 먹어서 기운을 차려야 하는 바(夏暑宜補氣) 생맥산, 황기인삼탕, 청서익기탕 등을 쓴다"고 했다.
이는 곧 기운을 북돋워 줌으로서 각종 수인성 질환의 예방은 물론 수분 탈실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처방된 것이다.

이제 곧 닥쳐올 장마와 더불어 무더운 여름을 맞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우리가 주변에서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생맥산(生脈散)'이란 처방을 소개하고자 한다.
원기(맥박)를 생기게 해준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인데 그 구성은 맥문동 2, 인삼 1, 오미자 1의 비율이다.
이것을 숭늉처럼 끓여 오랜 동안 마시면 기력이 샘솟듯 한다고 했다.
필자도 즐겨 복용하고 있는데 기력의 증강 뿐만아니라 피부 또한 매끄러워 지는 부수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연히 경험하고 있다.
이외에도 갈증을 풀어주는 효능이 동시에 있어 당뇨병 환자에게도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야흐로 찾아온 여름, 그저 짜증스럽고 지루한 계절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적당한 운동을 곁들일 경우 여느 계절보다 많은 칼로리를 소모함으로써 비만 관리에도 한층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며 건강한 여름을 보내자.

2002년 7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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