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개울이 내는 시원한 물소리
모난 돌 스치고 가느라 긁힌
물의 상처들이 내는 아우성이었네
아프다 아프다 내지르고 가는 물소리
내 미지근한 속이 다 서늘해졌네
한차례 비 뿌린 뒤
더 맑고 시원해진 노래
그 가슴팍에 발 담궜네
확성기 달고 골목 누비는
행상 아주머니 외침
칼잠 깨 듣고 있자니
굽이굽이 막다른 골목
세파의 굴곡을 타고 흐르다 여기까지 와서
순하고 구성진 한 자락 노래가 되었네
너무 평탄해서 흐를 수 없는
나 썩은 물
당기고 밀어주는
울퉁불퉁한 굴곡을 만나러 가네.
----------------------------------------------------
시인은 아마도 시원한 신계·용사 계곡을 연상시키는 골짜기의 바위에 앉아 맑은 시내에 발을 담그고 있다. 발 아래 물이 '아프다'며 아우성을 지르는 것을 느낀다. 흐르는 물이 아프다고 느껴지는 건 시인의 마음이 아프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아픔은 '확성기 달고 골목을 누비는 행상 아주머니'에게서 전해 온 것이며, 그 외침이 '세파의 굴곡을 타고 여기까지 와서 구성진 노래'가 되었다는 점에서 골짜기의 물과 다를 바 없다고 시인은 노래한다.
시인은 스스로 흐르지 못하는 '썩은 물'이 되지 않으려고, 오늘도 계곡물 만나러 간다. 행상 아주머니와 물을 따뜻하게 한 자리에 놓고 자신을 그 거울에 비춰본 좋은 시다.
( 배창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