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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사회종합

규제에 묶여 성주군 노후 마을회관 개선 막막

김지인 기자 입력 2025.12.23 09:17 수정 2025.12.23 09:17

준공한지 20년 경과 103곳
의원 5분 발언 통해 재조명

해를 거듭할수록 성주를 비롯한 농촌지역의 고령화와 인구감소 현상이 뚜렷해진 가운데 공동체를 지탱하는 마을회관 활용방안을 둘러싼 제도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주민생활의 구심점인 마을회관 중 상당수가 길게는 수십 년 전에 지어져 시설 노후화를 겪고 있지만 법적규제에 가로막혀 기능 확장은커녕 기본적인 정비 및 개선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성주군의회 김종식 의원은 지난 8일 열린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마을회관 활용 제한 문제를 짚으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의원은 해당 사안이 최근 불거진 것이 아니라 10년 이상 누적된 구조적 민원이라며 주민과 행정 모두 '원래 안 되는 일'로 인식해 온 탓에 실질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음을 지적했다.

행정기관 역시 오랜 기간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반복했고 그 사이 주민들의 생활여건은 제도에 가로막힌 채 제자리걸음을 해왔다는 것이다.

올해 8월 기준 성주지역 내 마을회관은 10개 읍·면에 걸쳐 총 215곳이며, 이중 201개소는 경로당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중 준공 후 20년 이상 경과한 시설은 103곳으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노후시설이 누적되면서 기초적인 보수를 넘어 중장기적인 정비와 기능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으나 문제는 이러한 요구가 단순한 시설 노후화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마을회관 부지가 '농지법'에 따른 농업진흥지역에 포함돼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복지·편의시설로의 활용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농업진흥지역은 우량농지를 보전하기 위해 지정된 곳으로, 농업 생산성 유지라는 공익적 목적을 갖고 있지만 이러한 취지가 농촌의 실제 생활여건과 충돌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문제다.

현행 '농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농업진흥지역에서도 농업인의 생활편의를 위한 목욕탕이나 체육시설, 구판장 등을 공동시설로 허용하고 있다.

반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농림지역과 농업진흥지역의 경우 지목이 대지나 잡종지라 하더라도 농지법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법령상 허용범위와 현장적용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제약은 주민 생활환경 개선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숙소나 마을단위 식당 및 소매점 등 생활 밀착형 시설을 마련하려 해도 제도적 장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적잖다.

특히 경북 성주군 용암면 문명1·2리 마을회관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용암면 문명1리는 마을 내 복지회관 겸 식당이 있지만 농업진흥지역에 해당해 정식허가를 받지 못한 채 구판장 형태로 사실상 비공식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용암면 문명2리는 과거 일반식당 운영공간이 있었지만 지난 2023년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신축·준공한 이후 불법 건축물 신고와 고발이 잇따르면서 편의시설 운영이 전면 중단됐다.

기존 건물에서는 관행처럼 넘어가던 문제가 새 건물로 바뀌면서 법 적용이 한층 엄격해졌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났다는 전언이다.


생활환경 개선 막는 주원인
농지법 제한사례 조사 필요


김종식 의원은 주민들의 요구사항도 마을회관을 식당이나 소매점, 외국인 근로자 숙소 등 생활과 밀접한 공간으로 활용하길 바라는 의견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일부 마을은 이러한 복지편의시설 설치가 가능하다면 마을회관을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공시설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지만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실질적인 변화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농업진흥지역 해제가 원칙적으로 도지사 권한이지만 장기간 이용 중인 부지나 잔여 필지, 공공목적 활용의 경우에는 해제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집행부가 관련 실태를 적극적으로 조사·정리해 상급기관에 요청하는 과정이 미흡하다며 장기간 동일한 업무를 반복하면서 타성적인 행정에 머물러 있다는 인식도 꼬집었다.

김종식 의원은 "마을회관 등 주민공동시설의 용도구역을 전수 조사해 농지법상 행위제한으로 주민 이용이 제약되는 사례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며 "결과를 토대로 관련 법령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주민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마을회관을 공공목적시설로 전환해 지자체장 등이 공익성을 근거로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요청하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종식 의원은 이러한 문제가 특정마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토지가격과 부지 여건상 마을회관 상당수가 농업진흥지역에 들어서는 구조와 맞물려 있는 만큼, 향후 유사한 제약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에 집행부 측은 농업진흥지역 내 시설 활용과 관련, 현행 농지법상 제한이 있으며 중앙부처 지침에 따라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달라진 농촌여건을 고려해 농업진흥지역 내 허용시설 확대와 면적제한 완화, 농지전용 및 해제 권한의 지방위임을 골자로 한 '농업진흥지역 3대 규제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농기자재 판매시설과 근로자 숙소, 폭염·한파쉼터 설치 허용 확대 등 제도 개선을 통해 농촌의 활력을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인한 농지 훼손과 영농활동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과제도 함께 제시되고 있다.

농촌이 더 이상 농업만의 공간이 아니라 주민의 생활복지와 공동체 유지를 위한 삶의 터전인 만큼, 법령의 형식에 머무르지 않는 유연한 행정대응이 필요한 가운데 마을회관 활용 문제를 계기로 농촌현실에 부합하는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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