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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손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01.04.12 18:13 수정 2001.04.12 18:13

유승도(시인)

흙도 씻어낸 향기 나는 냉이가 한 무더기에 천 원이라기에
혼자 먹기엔 많아 오백 원어치만 달라고 그랬더니

아주머니는 꾸역꾸역, 오히려 수줍은 몸짓으로
한 무더기를 고스란히 봉지에 담아 주신다

자신의 손보다 작게는 나누어주지 못하는 커다란 손
그런 손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아득히 잊고 살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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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장이나 가천 장터에 가면 언제나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철 따라 채마밭에서 뽑아온 열무 시금치 배추 같은 걸 몇 무더기 보자기나 좌판에 놓고, 가져갈 손들을 기다리는 할머니들.....
올 봄에도 시장로를 따라 흙 냄새가 물씬 올라오는 쑥이나 냉이 몇 무더기 뜯어놓고 지키시는 모습들이, 어김없이 비좁은 장터 길바닥에 비치었다. 그 분들이 추워 보이던 것은 유난히 변덕스레 추웠던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다 해 봐야 몇 천 원밖에 안될 것들.....생계에 얼마만큼이나 보탬이 될 지도 알 수 없는, 그걸 깎아서 헐하게 사고 싶어하는 우리들의 손은 얼마나 작고 작은가! 아픈 허리를 펴면서 몇 번이나 나물칼을 고쳐잡아 캐왔을 그 나물을, 딸네 같은 아낙들에게 덤으로 얹어주시는 그 손은 또 얼마나 큰 것인가!

배창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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