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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안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01.04.25 00:12 수정 2001.04.25 00:12

고재종 (시인)

마을 주막에 나가서
단돈 오천 원 내놓으니
소주 세 병에
두부찌게 한 냄비

쭈그렁 노인들 다섯이
그것 나눠 자시고
모두들 볼그족족한 얼굴로

허허허
허허허
튼 대접 받았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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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으로 말하면 마을 구판장이 있는 경로당인 셈인데, 주막에서 젊은이는 없고 노인들만 몇 앉아서 지난 이야기로 쓸쓸할 때, 시인이 동네 어른 대접을 한다. 단돈 오천 원에 소주 세 병에 두부찌게 한 냄비..... 언젯적 얘기냐 할 지 모르지만, 아직도 농촌은 갈수록 늙어가고 10년 후를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에서는 세월이 조금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썰물만 있고 밀물이 없는 곳....그 쓸쓸한 동네에서 벌인 쭈그렁 노인들의 소주잔치는 불콰하니 취하긴 하겠지만, 큰 대접을 받았어도 돌아가는 걸음이야 어찌 가벼울 것인가. 돌아가도 반길 자식이 없는 불꺼진 방이라면. 그 웃음 뒤에 남는 텅텅 빈 울림이여.

배창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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