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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군의 관람문화 수준을 높여야 한다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01.04.28 20:12 수정 2001.04.28 20:12

관람문화 “혹시나”가 “역시나”로

『다시는 이런 불행하고 무의미한 공연은 기획하지 말아 주세요』
지난 14일 성주실내체육관에서 공연된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막이 내린후 한 관객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던진 말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문화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지역민들에게 수준 높은 고급 예술무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주최측의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상상외로 낮은 성주인의 관람문화수준을 일깨워준 공연이었다는 평이다.

먼저 예술적 취향이나 관심이 두텁지 않은 이상 감상해 내기가 쉽지 않은 수준 높은 오페라 공연을 지역에 유치하면서도 관계당국에서는 관람대책 및 여과장치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중음악 공연이 아닌 순전히 육성에만 의존해야만 하는 오페라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엄마 등에 업힌 유아에서부터 3∼4세 어린이 등이 관람객으로 입장하는 등 기본적 규제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뿐더러 관람석 대부분이 중·고생들로 채워져 막이 오를때부터 막이 내릴때까지 이리저리 자리를 이동하는 등 연신 웅성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또한 관람석을 가득 메운 중·고생들도 강제동원(?)된 것인지 제1막도 끝나기 전에 공연장을 빠져나가려 하자 이에 당황한 군관계자는 급기야 출입문을 막는 촌극을 연출했다.

출입문이 막히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공연을 지켜보던 참다 못한 일부 여학생들은 교복치마를 입고 있다는 사실도 아랑곳 없이 남자화장실 창문을 통해 밖으로 유유히 빠져나가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하기도 했다.

모 여중에 다니는 한 학생은 『토요일이지만 음악실기점수에 반영한다고 해서 어쩔 수 관람하러 왔다』며 『공연장이 너무 시끄러워 무슨 내용인지 알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분위기가 전개되자 안내를 맡은 성주군 합창단 단원 및 관계공무원들이 관객들의 질서유지에 진땀을 흘렸지만 결국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마지막 제5막이 끝나자 마자 관객들이 일시에 공연장 밖으로 빠져나가 단원들이 일일이 인사를 할 때는 관람석은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 성주인의 낮은 관람문화수준이 단적으로 표출됐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한 관객은 『최고의 시설을 갖춘 성주문화예술회관이 완공되더라도 지역민의 관람수준이 이 모양이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외형적인 문화보다 내형적인 문화를 정착, 발전시키는 것이 급선무다』고 밝혔다.

관객들의 앵콜소리, 무성의한 관람자세 등 열악한 무대 위에서도 의연하고 진지한 자세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준 로얄오페라단원들의 마음속에 「성주에서의 공연이 가장 끔찍한 무대였다」는 기억이 남지 않았으면….

본지 이찬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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