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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대통령 개헌안 유감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18.04.05 10:14 수정 2018.04.05 10:14

↑↑ 장 호 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성주신문
 
지난 3월 20일부터 청와대가 대통령 개헌안을 전문과 기본권, 지방분권, 대통령 연임제 등 3일에 걸쳐 발표하면서 바야흐로 개헌정국으로 접어들었다. 헌법 조항 하나 하나가 막중한 영향력을 갖기 때문에 3일 동안 나누어 발표했지만, 그래도 국민들이 꼼꼼히 읽고 평가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분량이었다.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2/3의 찬성과,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개정안 발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대통령이나 국회가(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의 동의) 발의할 수 있다. 국회에서 개헌 의결 정족수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여당과 야당의 타협이 필수적인데, 현재의 대치정국에서는 전망이 밝지 않다. 대통령 개헌안이 발표되자 야당에서는 즉각 '정치쇼'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 개헌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역사적 민주화투쟁인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이 전문에 추가되었다.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고,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제, 국민법률발안제 등이 채택되었다. 개인의 기본권 분야에선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했고, 새로이 명시된 기본권으로 주거권, 건강권, 알권리, 정보기본권, 자기정보통제권 조항 등이 추가되었다. 가장 국민적 관심이 높은 대통령제는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대신,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법을 택했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제한되고, 감사위원 임명권과 헌법재판소장 인사권 등이 축소폐지되었다.
 
지방분권 분야도 변화가 적지 않다. 현행 헌법에는 관련 조항이 2개 조항뿐인데 대통령 개헌안에는 4개 조항으로 늘어났다. 그 내용을 보면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정부로 바뀌고, 주민자치권이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되며, 헌법기구로서 국가자치분권회의가 구성된다.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선언이 추가되어, 지방분권이 대한민국의 토대이자 목표임을 분명히 제시했다.(현행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2항은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분권 조항은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표방한 문재인 후보의 대선공약과는 거리가 멀다. 부산일보는 사설을 통해 '아쉬움 포함한 진일보'라고 평가했는데, 지방분권개헌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잘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진일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지방의 손발을 묶고' 있는 현행 헌법 117조와 118조 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개선된 조항은 다음과 같다.
 
-'주민은 지방정부를 조직하고 운영하는데 참여할 권리'로 규정해 자치권을 헌법상의 권리로 명시했다.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과 지방행정부의 장이 참여하여 지방자치와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심의하는 국가자치분권회의를 헌법기구로 만들었다.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바꾸어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를 용어상으로나마 대등한 정부기구로 만들었다.
 
-국회 법률안이 지방자치와 관련되는 경우, 지방정부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아쉬운 부분은 여전히 중앙정부의 통제와 지휘를 받는 제한적 지방자치만 허용한다는 점이다. 헌법 제1조에 지방분권을 지향한다고 표방하면서도, 지방정부의 입법권, 사법권, 경찰권 등은 보장하지 않았다. 지방정부의 권한은 중앙정부와 국회가 정한 법률의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
 
-지방정부의 조직과 운영을 중앙정부가 법률로 결정한다.
 
-지방정부의 조례 제정도 법률의 위임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지방정부에게 과세권을 부여하되 중앙정부의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대통령 개헌안 지방분권 조항에는 지방의 문제를 지방 스스로 해결하게 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지방주민들의 자기결정권을 외면하고, 지방을 중앙에 예속시켜 피폐하게 만든 역대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려는 강한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지방에 대한 불신이 깊고, 지방을 보호해야할 수혜대상으로 폄하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비록 진일보보다는 아쉬움이 큰 대통령 개헌안이지만, 현실적으로 지방분권 진영이 얻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일 것이다. 그 정도라도 실현될지 조차도 불확실하다. 보수와 진보, 여야 간의 불신과 대립이 첨예한 현실에서, 여야 간 이견이 비교적 적은 지방분권 관련 조항의 개정만이라도 국민투표에 붙여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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