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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자마당

봉숭아 연정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22.08.23 09:41 수정 2022.08.23 09:41

↑↑ 이상숙
시인·다연농장 대표
ⓒ 성주신문


멀어져 희미한 옛날
매미의 당찬 울음에
파란 하늘 열리니
영글진 석류 위 고추잠자리
높은 꿈 향하여 돌고 맴돌아
붉게 태운 날개 아래서
채송화 백일홍 봉숭아
나팔 닮은 나팔꽃
예쁘고 아름답게 활짝 피었지

바라보는 작은 아이는
날마다 행복했었어
봉숭아 꽃잎에 백반
맨돌로 꽁꽁 찧어
열 손가락 여린 손톱
예쁘게 물들여 주시며
밝고 곧게 자라거라
당부하시던 젊어서 고우신
우리 모두의 어머님
세월이 얼마나 더 흘러야만
잊을 수가 있을까요
지금 텃밭 끝자락
뙤약빛 태양 아래
홀로 선 가여운 봉숭아야
야속한 세월이 너만은
비켜 가는 듯 하구나
번뇌와 고뇌와 고통의
세상 땟자국에 얼룩져
굵고 거친 손마디로
절로 속눈썹 젖어 오네

엄마! 엄마! 엄마!
부르고 불러 보지만
먼 산 구구새 서러운
메아리만 돌아올 뿐
허전한 가슴 텅 빈 그릇에
봉숭아 꽃물을 채우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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