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져 희미한 옛날 매미의 당찬 울음에 파란 하늘 열리니 영글진 석류 위 고추잠자리 높은 꿈 향하여 돌고 맴돌아 붉게 태운 날개 아래서 채송화 백일홍 봉숭아 나팔 닮은 나팔꽃 예쁘고 아름답게 활짝 피었지
바라보는 작은 아이는 날마다 행복했었어 봉숭아 꽃잎에 백반 맨돌로 꽁꽁 찧어 열 손가락 여린 손톱 예쁘게 물들여 주시며 밝고 곧게 자라거라 당부하시던 젊어서 고우신 우리 모두의 어머님 세월이 얼마나 더 흘러야만 잊을 수가 있을까요 지금 텃밭 끝자락 뙤약빛 태양 아래 홀로 선 가여운 봉숭아야 야속한 세월이 너만은 비켜 가는 듯 하구나 번뇌와 고뇌와 고통의 세상 땟자국에 얼룩져 굵고 거친 손마디로 절로 속눈썹 젖어 오네
엄마! 엄마! 엄마! 부르고 불러 보지만 먼 산 구구새 서러운 메아리만 돌아올 뿐 허전한 가슴 텅 빈 그릇에 봉숭아 꽃물을 채우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