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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전통 자연부락의 재발견… ③ 초전면 고산정(고산리) / 백세각을 품은 충절의 고장, 초전면 '고산정’

김지인 기자 입력 2022.08.23 15:55 수정 2022.09.26 03:55

고산정 최고의 자랑거리 '백세각'
환경보전 두각, 선진지로 입소문

↑↑ 백세각
ⓒ 성주신문

성주군과 같이 5만명 이하의 소도시일수록 자연부락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의 삶과 유대감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이에 본지는 이웃 동네의 삶과 다양성을 보도함으로써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이타적인 의식 개선을 바탕으로 지역발전과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여러 방안 등을 마련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성주읍 저자골(경산7리)
▷대가면 사도실(칠봉2리)
▶초전면 고산정(고산리)
▷선남면 오도마을(오도리)
▷금수면 오당(광산3리)
▷용암면 두리실(본리1리)
▷벽진면 중리마을(봉학2리)
▷수륜면 양정마을(신정리)
▷월항면 한개마을(대산1리)
▷전주 한옥마을
▷서울시 북촌 한옥마을
▷가천면 활미기·활목(금봉리)


초전면소재지에서 서북쪽에 위치한 고산리는 용봉산이 마을을 감싸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더불어 과거 조선시대부터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야성송씨 집성촌이자 네 개의 자연부락이 모인 고산리의 시작은 15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손씨 일가가 이곳에 들어와 마을을 둘러보니 사람이 전혀 없어 무척 고독하단 뜻에서 고산(孤山)이라 명했다.

이후 사헌부에 속한 야계 송희규 선생이 관리의 비행을 책망하다 오히려 전북 고산에서 귀양살이를 한 뒤 고향에 돌아왔는데 그동안 고독하게 지낸 시절을 잊고자 마을지명을 고산(高山)으로 바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작은 하천을 사이에 두고 공동(양지뜸)과 공서(음지뜸)로 나뉜 고산정은 물길을 따라 논·밭과 주택 등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초전 고산리의 가구수는 100호, 총 159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남성이 여성보다 약 18.3% 더 많다.

농촌특성상 60~70대가 가장 많이 살고 있으나 귀농귀촌한 장년층 또는 결혼이주여성, 계절근로자 등 연령층 분포가 고른 편이다.

마을주민들은 하나같이 고산정의 자랑거리로 '백세각'을 꼽았다.

경북도 유형문화재 제163호로 등록된 백세각은 조선 중기 송희규 선생이 건립한 누각이다.

정면 7칸, 측면 7칸 규모의 'ㅁ'자형 가옥이며 지붕의 완각이 잘려 노출된 측면 구조물이 예술적으로 느껴진다.

쇠못을 사용하지 않고 구멍을 뚫어 싸리로 엮었으며 대패질 대신 목재를 자귀만으로 깎아 다듬은 점이 눈에 띈다.

현재 백세각은 공산 송준필 선생 문중의 종손인 송만수씨가 관리하고 있다.

송씨는 "1919년 3·1운동 당시 선조인 공산을 대표로 여러 문인들이 2층 다락방에 모여 태극기를 만들어 성주장날에 배부했다"며 "뿐만 아니라 이곳은 파리장서사건을 모의한 역사적인 장소이자 유림의 궐기를 독려하는 '통고국내문'을 제작해 배포하는 등 독립운동의 성지"라고 자부했다.

공간과 구조물로부터 독립운동가의 숭고한 정신이 여실히 느껴지는 반면 오랜 세월을 지나 지붕과 마루, 대들보 일부가 무너지고 칠이 벗겨지면서 한편으로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500년의 역사가 담긴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선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올바른 민족정신을 고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앞서 지난 6월 성주문화원은 관내 초등학교 2~3학년생 및 보호자 20여명을 대상으로 '파리장서 서명자 바로알기' 행사를 가진 바 있다.

참가자들은 백세각의 유래를 듣고 파리장서 서명자 137인의 이름을 쓰며 호국보훈의 의미를 되새겼다.

↑↑ 항일의적비
ⓒ 성주신문

백세각 입구엔 성주파리장서 4·2독립만세운동을 계획하고 선봉에 서서 독립을 외치다 옥고를 치른 독립유공자 11명의 공적과 애국정신을 기리는 '항일의적비'가 세워져 있다.

국가보훈처와 군청의 지원, 유족 및 지역민의 성금 등을 모아 지난 2004년 10월 항일의적비를 건립했다.

가로 0.7m, 세로 3.4m 크기의 용마루형이고 2012년 11월 현충시설로 지정받으며 후세들에게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 고산천 환경정화
ⓒ 성주신문

고산리는 최근 환경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타 지자체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2017년 고산리는 군과 '우리마을 도랑살리기'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래 일명 '고산정 어벤져스'란 환경지킴이단체를 필두로 주기적인 하천정비 및 정화, 꽃길 조성, 마을벽화 그리기, 주민의식 강화교육, EM(유용미생물) 배양 등을 전개하며 환경보전에 앞장서고 있다.

덕분에 고산정은 환경분야 선진지로 자리매김했으며 최근 의성군의 환경단체가 방문하는 등 인근지역으로부터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송주섭 이장은 "우리마을 도랑살리기 사업을 계기로 주민들의 의식이 전환됐으며 쓰레기와 오물로 뒤덮였던 도랑이 맑은 물, 향긋한 꽃, 풀내음이 가득한 하천으로 변한 얘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반갑고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덧붙여 "앞으로도 쾌적한 마을을 지속하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환경사랑을 실천하겠다"며 "바쁜 와중에도 매번 마을 일에 동참해주는 지역주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산리는 마을 대소사에 대한 송 이장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 덕분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 마을회관 별관 건립
ⓒ 성주신문

한편 지난해 말 '독립운동 만세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고산정 마을회관 별관(숨터)이 건립되면서 기초생활기반이 확충됐다.

지상 2층, 연면적 175.41㎡ 규모의 별관은 주민사랑방과 다목적회의실 등으로 구성돼 주민들의 여가선용 및 문화·복지수요를 충족시킨다.

우수한 역사·문화·경관자원과 더불어 탄탄한 마을공동체를 바탕으로 초전면 고산리가 대표적인 독립운동마을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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