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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자유와 권한의 오남용 - 윤장렬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24.05.07 09:42 수정 2024.05.07 09:43

↑↑ 윤 장 렬 베를린 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
ⓒ 성주신문

 

최근 국내 방송심의제도가 논란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방송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습니다. 언론의 첫 번째 자유가 사업이 아니듯, 규제 기관의 첫 번째 자유는 권력 남용이 아닙니다. 그런데 방심위가 몇몇 방송을 표적심의, 정치심의 그리고 과잉규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방심위에 부여된 자유와 권한의 오남용에서 기인합니다.

한 사회에는 구성원들 간의 합의 속에 만들어진 사회적 규범과 구조적 체계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방심위는 관련 법안에 의해 설치, 운영됩니다. 또 검찰, 법원 및 의회가 이를 통제합니다. 검찰은 행정기관으로써 행정기관을 통제하고, 법원은 행정기관을 법리적, 정치적으로 통제합니다. 의회는 감사와 조사 및 청문회를 통해 규제 기관을 재규제합니다. 따라서 방심위를 규제, 통제할 수 있는 구조적 체계는 비교적 잘 조직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관이 자유와 권한을 오남용하고, 검찰, 법원과 의회가 상호 규제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면 여론의 통제를 받게 됩니다. 여론 통제는 사회적,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어 성난 민심이 권력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것입니다. 최근 계속되는 방심위의 파행적 운영에서 우리는 법원과 의회의 통제, 그리고 성난 민심의 여론 통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국회의원 선거 결과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자유와 권한의 오남용은 우리가 합의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기인합니다. 본래 자유와 권한은 분명하고 객관적인 수치나 정도로 가늠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합의된 약속, 즉 사회적 규범과 구조적 체계를 서로 준수할 때 유지됩니다. 하지만 최근 방심위는 물론 검찰과 국가, 정치 권력은 이를 무시하고, 공공의 이익보다 사적 이익에 충실해 왔습니다. 그 결과 사회적 시스템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마지막 통제 수단인 성난 민심이 공공의 규범과 공적인 체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법이 있지만, 법을 위반하고, 조직된 체계가 있지만, 질서가 없습니다. 그 결과 자유와 권한을 오남용하고 전체 사회의 공정과 공익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 공영방송의 개혁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자유와 공정을 투명성에서 강조합니다. 방송의 공익과 공정은 무엇보다 공정한 시장에서 형성될 수 있으며, 공정한 시장 운영을 위해서는 정치적, 경제적 투명성이 요구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요구는 언론학에서 오랜 기간 고민해 왔던 언론의 공공성과 공정성, 그리고 공익성에 관한 내용입니다. 공동체 사회의 공익과 공정은 우리가 합의해 왔던 규범과 체계를 지킬 때,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여론 통제는 비폭력적인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폭력적인 방식의 여론 통제가 있다는 사실을 역사는 말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와 권한이 무엇인지 주관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 외부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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