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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희 국 금수면 조덕환의 子 대구경북서예협회 사무국장 |
ⓒ 성주신문 |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던 산골 마을 후리실. 이곳에는 덕환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덕환은 어릴 적부터 남달랐다. 총명하고 영민한 그는 마을 어르신들의 칭송과 친구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으며 자랐다.
"덕환이는 장차 큰 재목이 될 게다."
"우리 마을의 자랑이로군."
마을 어르신들은 늘 그를 두고 그렇게 말하곤 했다.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그는 언제나 앞장서 일을 처리하고, 리더 역할을 도맡았다. 마을 처녀들에게도 덕환은 매력적인 사내였다. 그의 성실함과 따뜻한 미소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의 무게 속에서 덕환의 재능과 열정은 제한된 틀 안에 갇혀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언제나 그가 언젠가 큰일을 해낼 인물이라 믿으며 조용히 응원을 보냈다.
덕환이 스무 살이 되던 해, 마을에는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소재지 면사무소에서 서기가 내려와, 영민한 청년들을 찾기 위해 동네를 돌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서기가 바로 덕환의 이름을 듣고, 산꼭대기 후리실 마을까지 찾아온 것이다.
"덕환이 있소?"
서기가 덕환의 집 문을 두드리며 물었다.
덕환과 그의 부모는 집안으로 서기를 들였다. 서기는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좋은 기업체에 유능한 청년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나라에서 직접 주선하는 일로, 훌륭한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덕환 같은 인재라면 반드시 큰일을 해낼 수 있을 겁니다."
덕환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일제 치하에서 억눌려 있던 그의 꿈과 열망이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듯했다. 부모님 역시 아들의 장래를 생각하며 서기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큰 세상으로 나가 실력을 발휘한다면 우리 덕환이 꼭 성공할 것이야."
아버지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어머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후, 면사무소의 주선으로 성주군청에서 면접이 진행되었다. 덕환은 자신만의 당당한 모습으로 면접에 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금수면에서는 덕환과 이웃 적산동네 한살 위의 삼봉이 형, 단 두 사람만이 최종 선발되었다.
출발의 날이 밝았다. 마을 사람들은 덕환과 삼봉형을 배웅하기 위해 하나둘씩 모였다. 출발지인 부산까지의 여정을 위해 짐을 챙기는 덕환의 표정에는 설렘과 긴장이 교차했다.
"꼭 잘하고 오너라."
마을 어르신들의 격려와 친구들의 응원 속에서 덕환은 새로운 길로 향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일본으로 향하는 그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