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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성 락 소설가 |
ⓒ 성주신문 |
토요일이다. 특별히 오늘은 해야 할 일도 없었고 약속이 잡힌 것도 없었다. 집에서 한가하게 마음 놓고 쉬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전에는 방에 있는 화분 손질도 하고 말라있는 화분에는 물을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책꽂이의 책들도 키를 맞추어 정리를 했다,
그리고도 시간이 남아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어오던 전화를 친구에게 했다. 내 전화를 받은 친구는 뭔 일이냐며 놀라는 표정으로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친구는 아내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혼자 생활하는 처지에다가 다리가 불편하여 바깥 기동을 못하니 기다리는 것이라고는 친구의 전화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르고 보니 나도 친구로서 도리를 못 했다는 자책감이 생겨 이후부터는 자주 전화라도 해야지 하는 반성을 하였다.
이렇게 하다 보니 오전이 지나 점심을 먹고 혼자 방에 앉아있으니 무료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읽다만 책이라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꺼내들고 밖으로 나갔다. 내가 자주 가는 도서관으로 갈 계획이었다. 도서관에 도착해 보니 출입문이 잠겨있었다.
'쉬는 날' 이라는 안내 표가 걸려있다. 매월 넷째 토요일은 쉬는 날이라는 것을 미처 생각지 못하고 간 것이다.
그리하여 광화문 독서방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방향을 바꾸어 그리로 갔다. 거기에는 쉬는 날 없이 개관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종전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으로 모여 들고 있었다. 하지만 별 생각 없이 독서방으로 가 자리를 잡고 읽던 쪽을 찾아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이 독서방은 지하에 있기 때문에 지상과는 차단 되어있어 바깥일은 알 수 없었으나 간혹 확성기소리가 들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독서에 정신이 팔려 그 확성기 소리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시간이 되어 집에 돌아올 목적으로 읽기를 그만두고 밖으로 나왔다. 확성기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뭔 일인가 하고 호기심이 발동하여 지상으로 나가보았다.
그 넓은 광화문 광장에 주로 젊은이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하였다. 분노에 찬 목메인 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천지를 진동하듯 울려 퍼졌다.
저기에 모여 있는 저모임이 바로 용암 같은 '힘'이라고 생각되었다. 우주 만물은 힘(에너지)에 의해 운행된다고 한다. 그러면 힘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가,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인해 우주만물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때 시간과 공간, 빛과 기류의 흐름, 강열한 열, 생명체 등, 힘의 근원이 발생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구에 생존하고 있는 우리 인간은 자연의 힘과 생명체의 힘을 의지하며 살아간다.
연약하기만한 물방울은 하나하나가 모여 거대한 바다를 이룬 것이다. 그 바다는 조용하게 머물고 있는 것같이 보인다. 그러나 응축되어있는 힘은 대단하다, 그 힘으로 큰 여객선도 띄우고, 거대한 상선도 띄우며, 어선이 고기잡이를 하게하여 인류에게 행복을 준다. 그러나 한번 노하여 해일을 일으켜 육지를 덮치면 누가 이를 막을 수 있겠는가.
만일 탐욕과 허세에 젖어있는 사람이 저 바다의 힘에 도전하겠다고 하면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일까?
공기 또한 마찬가지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는 작은 물방울보다 더 미세해 보인다. 그러나 그 힘도 대단하다. 무겁고 거대한 여객기와 수송기가 날아가게 힘을 받쳐주고, 심지어는 인공위성을 우주를 향해 치솟도록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대기가 변화를 일으켜 회오리바람이 되어 지상을 훑어가면 그 힘을 감당 할 수 있겠는가. 만약 오른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 왼쪽으로 돌리려고 한다면 망상에 사로잡힌 사람일 것이다.
우리 인간도 바다나 대기와 유사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개개인이 흩어져있고 자기일 외는 무관심하지만 물방울과 대기가 힘울 가지듯 인간의 본성으로 내재되어 있는 의지의 힘과 양심의 정의로 향하는 힘은 부정과 불의를 몰아내는 강한 힘을 가진 것이 아닐까?
전철을 타고 집으로 오면서 광화문에 뭉쳐있는 힘을 한 번 더 생각해 보았다.
그 힘이 정의로워서 정의로운 결과를 얻어 내었으면 좋겠는데 하는 소원으로 가슴이 뭉클하였다. 그러면서 1960년 4.19의 함성이 메아리쳤다. 그 메아리도 작은 물방울의 함성이었다. 작은 물방울과 불의의 충돌로 여린 물방울에 상처가 없도록 현장을 정리하며 마음 조리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사람이 탐욕과 사심에 몰입되어 편협된 행동을 한다면 그 모습은 보기에 얼마나 애처로운가. 반면 정의로운 생각으로 공익과 상대를 위한 삶을 산다면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이때 나오는 힘은 참 힘이며 이 참 힘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를 평화롭고 행복하게 하는 참 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