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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조덕환의 길 - 제1부 일본에서의 생활 (2) - 떠나는 날의 아침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25.02.18 09:36 수정 2025.03.11 09:38

↑↑ 조 희 국 금수면 조덕환의 子 대구경북서예협회 사무국장
ⓒ 성주신문

 

초여름의 따스한 6월 아침, 덕환과 삼봉형은 성주군청으로 향하는 30리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새벽녘의 안개가 서서히 걷히며 아침 햇살이 드러났고, 길가의 풀잎들은 밤새 내린 이슬을 반짝이며 흔들렸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나뭇잎 사이를 지나가며 여름의 시작을 알렸다.

"날씨는 참 좋네."

덕환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게. 이렇게 평화로운 아침이 더 오래 갔으면 좋을 텐데."

삼봉형이 대답했지만, 그 눈길은 멀리 어디론가 향해 있었다.

걸음은 일정했고, 말은 짧았다. 둘 사이에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세 시간이 걸려 성주군청에 도착했을 때, 군청 앞에 대기하던 관계자가 그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두 분은 정말 시간을 잘 맞추셨네요."

그의 말투는 밝았지만, 표정에서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잠시 숨을 고른 후, 덕환과 삼봉형은 인근 용암면과 초전면에서 온 두 명의 선발 요원들과 합류했다. 관용 짚차가 도착하자 네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 엔진 소리가 점점 커지며 짚차가 대구역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대구역의 작별
대구역에 도착하자, 승강장에는 이미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고, 각자의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젊은 여성이 눈물을 참지 못하며 형제의 손을 붙들고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어머니가 두 손으로 아들의 어깨를 붙잡은 채 무언가를 간절히 당부하고 있었다.

 

그 모습들을 지켜보던 덕환은 마음이 묵직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애써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삼봉형은 멀찍이 서서 담담하게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 단단히 먹어라."

삼봉형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덕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간을 확인했다.

20분 후, 정각 10시가 되자 열차가 플랫폼에 도착했다. 기적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선발된 이들은 하나둘씩 열차에 몸을 실었다. 창밖에서 손을 흔드는 가족들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자, 열차 안은 차분해졌지만, 모두의 표정에는 어딘가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부산으로, 그리고 그 너머로
부산역에 도착한 것은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덕환과 삼봉형이 열차에서 내리자 검은 군용 트럭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군복을 입은 운전병들이 명단을 확인하며 선발 요원들을 트럭에 실어 나르고 있었다.

"부산항으로 간다지?"

삼봉형이 나지막이 물었다. 덕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저기 보니 벌써 많이들 와 있네."

두 사람은 부산역에서 만난 일행들과 함께 군용 트럭에 올라탔다. 트럭은 굉음과 함께 출발해 부산항 여객터미널로 달려갔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거대한 인파가 눈앞에 펼쳐졌다. 삼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미 모여 있었다. 젊은 남녀들이 각자의 가방을 꽉 쥔 채 서성이고 있었고, 긴장된 얼굴들 사이로 흥분과 기대감이 엿보였다. 일부는 친구들과 대화하며 웃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서로 눈빛만 교환한 채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덕환은 저 멀리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았다. 수평선 너머에는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가슴 속에 요동쳤다.

"드디어 떠나는구나."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삼봉형이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이제 시작이다. 긴장 풀고 잘 해보자."

덕환은 삼봉형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을 기다리는 새로운 운명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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