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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상 숙 시인·다연농장 대표 |
ⓒ 성주신문 |
세월아 가지를 마라
아까운 내 청춘 다 늙어간다
나 어릴 적에 뜻모를
이 곡조를 많이 들었다
그 때는
폭설이 자주 내렸고
푹푹 발 빠지는 산속으로
또래 아이들이 용감하게
산토끼 사냥을 나간다
놀란 산토끼 바위틈 숨어
동그란 눈으로 가슴 졸이고
아이들은 신나고 재미나고
쇠죽 끓는 구수한 내음에
마굿간 황소의 긴 혀가
뻥 뚤린 콧구멍 들락이며
군침을 흘리고
짚 내음 젖은 사랑방에는
거치른 손바닥 비벼서
새끼 꼬는 소리는
막걸리 한잔의 흥겨운
가락 장단이다
지금 이 시절
폭설 내린 눈밭에서
산토끼 찾을 아이도 없고
쇠죽 끓일 무쇠솥도 없고
짚 내음 사랑방도 없고
텁텁한 농주막걸리정으로
새끼 꼬을 남정네도 없다
차고 넘치는 것은
아이템 미디어 아날로그
AI 등 별의별 콘텐츠가
너무 어려워 난 모르오
이 풍진 세상에
무얼 또 바라겠소
자식들 등 따습고
배 부르면 최고지
물욕 탐욕 부질없으니
좀 모자라면 어떻소
떠나간 청춘 원망 않고
그냥 맘 편히 살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