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조 희 국 금수면 조덕환의 子 대구경북서예협회 사무국장 |
ⓒ 성주신문 |
강당은 생각보다 넓었다. 낯선 얼굴들로 가득한공간에 들어선 순간, 긴장감이 팽팽히 감돌았다. 앞쪽에 서 있던 관리자는 간단한 서류 작업을 마친 이들을 조별로 나누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조로웠지만, 내용은 낯설고 무거웠다.
"탄광은 이렇게 생겼고, 작업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차트에 띄워진 탄광 구조도와 작업 매뉴얼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종일 이어진 설명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은 엉망이었다. 내가 이곳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혼란스러운 생각들 속에 하루는 마치 연기처럼 사라졌다.
· 이튿날, 준비된 어둠 속의 사람들
다음 날은 더 강렬했다. 탄광의 구조, 위험 구간, 작업 방식, 사고 대처 방법 등 온갖 정보가 쏟아졌다. 관리자는 이들이 이해하든 말든 상관없이 끝없이 설명했다. 마지막에는 팀 배정을 진행하며 기존 작업자들과 조를 짜주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 작업자들은 웃으며 인사했지만, 그들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창백한 피부와 굳은 표정, 그리고 말끝에 묻어나는 묘한 무거움이 어딘가 섬뜩했다.
· 사흘째, 첫 발을 딛다
드디어, 진짜 작업장으로 향하는 날이었다. 장비가 지급되었다. 방수복, 안전화, 헬멧, 보안경. 모든 것이 무겁고 어색했다. 선배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착용 방법을 알려주었고, 장비를 착용한 뒤 곡괭이와 석탄을 실어나를 도구를 챙겼다. 그리고 모두가 한 줄로 늘어서서 트랙터에 몸을 실었다.
지하 동굴로 들어서자마자 공기가 달라졌다. 축축하고 무거운 기운이 코끝을 찌르며 폐를 짓눌렀다. 레일은 미로처럼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선배들은 웃으며 잡담을 나눴지만, 신입들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불안함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트랙터가 멈춘 곳에서 덕환과 작업자들은 다시 승강기로 갈아탔다. 이 승강기는 수직으로 내려가는 구조였다. 덜컹이는 소리와 함께 승강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점점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지하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는 동안, 무언가가 목을 조르는 듯한 공포감이 밀려왔다.
· 탄광의 심장부
승강기가 멈춘 곳은 지하 수백 미터 아래였다. 다시 수레를 타고 조금 더 들어가자 작업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복잡하게 얽힌 전선들과 환기 시설, 곳곳에서 들려오는 기계음이 이곳이 생명과 위험이 교차하는 공간임을 말해주었다.
선배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작업에 몰두했다. 곡괭이와 전기 드릴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암벽을 쪼갰고, 석탄이 수레에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신입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에서 수레를 옮기는 일을 맡았다. 비교적 쉬운 일이었지만, 숨이 막히고 온몸이 긴장감으로 굳어졌다.
· 첫발을 내딛다
"잘해보자."
선배의 짧은 격려가 울려 퍼졌다. 짧은 순간, 이곳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희미한 희망이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올랐다. 숨이 턱 막히는 지하의 깊은 어둠 속에서, 탄광 광부로서의 첫날이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