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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얼굴 보는 민주주의'부터 - 하승수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25.04.01 09:20 수정 2025.04.01 09:20

↑↑ 하 승 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변호사
ⓒ 성주신문

 

작년 12월 3일 이후 국가의 상황이 매우 혼란스럽다.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민주공화국의 위기'라고 부를 만하다.

국제적으로도 대한민국의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2월 27일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4'에서 대한민국은 32위에 그쳤다. 전년도에는 22위였는데, 순위가 한참 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기까지 했다. 이런 평가를 받게 된 것은 비상계엄과 그 이후의 정치적 혼란 상황 때문이다.

또한 3월 13일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에서도 대한민국은 41위에 그쳤다. 게다가 이 연구소는 한국이 점진적인 독재화의 경로를 걷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외부로부터의 평가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상황을 봐도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비상계엄도 충격적이었지만, 그 이후 사법기관에 대한 폭동이 일어났고, 국민 사이의 갈등이 심각해지는 등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은 내ㆍ외부로부터의 신뢰를 잃게 될 상황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따질 것은 따져야 하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처벌받을 사람은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 땅에서 서로 어울려서 살아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통해서 정치공동체를 유지하고,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각자의 삶도 평안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필요한 일 중 하나는 민주주의를 일상에서부터 단단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중앙정치의 이슈를 둘러싸고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지역의 문제를 놓고 토론하면 서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이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이야말로 일상 속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단단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을에서, 지역에서, 학교에서 '얼굴 보는 민주주의'를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같이 학습도 하고 토론도 하고, 뜻을 모아서 실제로 문제를 해결해 보는 경험을 쌓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얼굴보는 민주주의'의 다른 이름은 '자치'이다. 마을자치, 지역자치, 학교자치 등등이 중요하다. 또한 자치는 다양성이다. 획일적인 것은 자치에 반한다. 중앙정부가 획일적으로 정해놓은 규정과 지침 때문에 지역의 다양성이 억눌려 온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다. 그러나 진정한 자치는 다양할 수밖에 없다. 지역은 지역 실정에 맞게, 학교도 학교 실정에 맞게 일정한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최소한의 공통적인 틀을 정해놓더라도, 그 속에서 자율성을 보장해야 창의성도 나오고 자발성도 나올 수 있다.

따라서 농촌은 농촌대로, 도시는 도시대로 자기 지역 실정에 맞는 지방자치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획일적인 지방자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시작 중 하나가 농촌의 읍ㆍ면 자치권 부활이다. 도시의 동 지역에서도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하지만, 농촌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인구감소와 침체를 겪고 있는 농촌지역이 활기를 찾으려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자치권이다. 지역 실정을 잘 아는 주민들이 자기 지역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뭔가를 하려면 필요한 것이 자치권이다. 농촌지역의 의료ㆍ교육ㆍ주거ㆍ교통ㆍ경제ㆍ돌봄ㆍ문화ㆍ환경을 개선하려면, 자치권이 필요하다. 읍ㆍ면의 실정에 맞는 계획도 수립하고 필요한 예산도 자율적으로 편성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할 수밖에 없다. 그 경험이 민주주의를 아래에서부터 단단하게 하고 사회를 통합해 나가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치권은 농촌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침체해있는 도시 지역에서도 마찬가지 움직임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서 전국 곳곳에서 이런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렇게 '얼굴 보는 민주주의'가 확산되는 것이 지금의 심각한 갈등을 해소하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농촌지역에서는 이런 문제 의식을 가진 단체와 개인이 모여서 '읍ㆍ면 자치권 확보를 위한 풀뿌리 공동행동'을 결성했다. 지난 3월 14일 결성했고, 올해 안에 전국 1,411개 읍ㆍ면을 연결하고 소통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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