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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공적연금 통합논의를 시작할 때 - 정창수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25.04.15 09:17 수정 2025.04.15 09:17

↑↑ 정 창 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성주신문

 

· 사학연금의 위기
지난해 폐교로 인한 사학연금 수급자가 410명이랍니다. 이 중 16%는 30대와 40대였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문을 닫는 학교가 늘어난 결과입니다. 이는 저출산과 지방 소멸 등 우리 사회 구조 전반에서 위기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재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사학연금의 재정 전망 및 제도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폐교로 인한 사학연금 퇴직 수급자가 410명이 발생했는데, 이 중 60대 이상이 196명으로 가장 많았고, 30~40대도 65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사학연금은 고용보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실업이나 이직 시에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직제나 정원의 개정·폐지 혹은 예산 감소로 퇴직한 경우에는 5년 후부터 연금 수령이 가능합니다.

급격히 줄어드는 학령인구로 인해, 폐교로 인한 사학연금 가입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재정 악화도 예상됩니다. 예산정책처는 현행 제도가 유지될 경우, 사학연금 기금은 2028년에 적자로 전환되고 2042년이면 적립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마디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로 떨어진 세대가 입학하는 시점에 사학연금의 적자도 본격화되는 셈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많다'며 증원을 주장했지만, 이제는 학교 자체가 폐쇄되는 상황까지 초래되고 있습니다. 직업 안정성을 전제로 설계된 사학연금이, 사회 구조의 변화로 인해 근본적인 구조 개편을 요구받고 있는 것입니다.

· 공적연금 개혁의 필요성
사학연금은 10년 이상 납입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급 개시 연령은 올해 기준 62세, 2033년부터는 65세입니다.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수령하기 때문에, 늘어난 수명은 재정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폐교로 인한 조기 수급자의 증가는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인구 감소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예견된 상황입니다.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를 보면, 학령인구(6~21세)는 697만 8천 명에서 2040년대 초반 41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사립대학의 연금 수령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문제입니다. 물론 이는 현재의 출산율이 유지되거나 반등한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전망입니다. 더 악화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이렇게 되면 재정 손실을 메우기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할 것입니다. 교육재정 교부금의 구조를 바꾸거나 일반 예산으로 부족분을 채우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런 땜질식 처방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구조는 더욱 악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도 10년 내에 수령자가 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수명 연장과 대상자 확대는 재정에 치명적입니다.

특히 군인연금의 경우, 현역 자원 부족으로 인해 직업군인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연금 수급 대상자도 상당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병사가 몇 년 안에 급격히 줄고, 직업군인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 오래된 미래, 연금 재정을 통합하자
"운영을 잘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합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공적연금의 수익률을 보면, 국민연금은 13.9%, 사학연금은 10.1%, 공무원연금은 9.2%였습니다. 이외에도 과학기술인공제회는 11.9%, 고용보험기금은 17.2%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퇴직연금은 2.07%에 불과했습니다. '공공이 하면 비효율, 민간이 하면 효율'이라는 논리는 편견일 수 있다는 반증입니다. 케이스마다 다르고 어떤 시스템이 있는가의 차이입니다. 1987년부터 2024년까지 청산된 1107개 벤처투자 펀드(총 16조3천억원)를 분석한 결과, 평균 수익률은 8.7%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 중 34%는 손실인데도 나온 성적표이니 민간도 케이스별로 다르다는 걸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운영은 이미 할만큼 하고 있습니다. 더 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연금 재정의 위기가 단지 운영 실패 때문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핵심은 통합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번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서도 세대 간 갈등 등 여러가지 문제가 부각됐습니다. 중요한 핵심 중 하나는, 국민연금만 따로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갈등이 심해진다는 생각입니다. 구체적인 논의는 필요하겠지만, 저는 공적연금을 통합하거나 통합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따로 경로의존성을 가진 국민들이 다른 복지시스템을 가진다는 잘못 설계된 구조에서 기인합니다. 특히나 평생직장이라는 전제로 한 연금 시스템은 이제 평생직장이 사라지는 현실에 맞춰 재설계되어야 합니다. 프랑스나 독일의 가족 단위 고용과 연금을 중심으로 한 복지구조가 한계에 부딪힌 것처럼, 우리 역시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고갈에 대한 국가 지급 보장을 의무화하고, 국민 모두가 동일한 연금 시스템을 적용받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세대 간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권력이 두려워하는 것은 연대와 기억입니다. 문제가 있음에도 집단별로 따로 고민하고 연대하지 않는 것, 그리고 과거부터 지적되어 왔던 저출산과 고용구조 변화를 지적했음에도 단기간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정치와 경제 권력이 본능적으로 대응하고 바라는 상황일 것입니다.

결국 '오래된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모두가 피해자가 될 것입니다. 역사 속에서 국가가 소멸한 사례들은 누구도 원해서 된 것이 아닙니다. '설마' 하며 각자 이익만 추구하다 모두 파멸하게 된 결과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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