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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추경과 홍보 - 정창수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25.05.13 09:30 수정 2025.05.13 09:30

↑↑ 정 창 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성주신문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총론보다 각론에 문제가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18일 기재부는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홈페이지에 공식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언론에는 16일부터 보도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는 '홍보자료'입니다. 13쪽 분량의 홍보자료에 1쪽짜리 보도자료와 1쪽 분량의 인포그래픽이 추가되어, 총 15쪽짜리 문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결국 12조 원에 이르는 추경예산안은 매우 간단한 내용과 보이고 싶은 내용만을 담은 홍보물인 셈입니다.

문제는 이 내용을 토대로 언론이 디테일한 내용을 모른 채 보도하고, 보도의 내용을 바탕으로 전문가들까지 논평하면서 추경의 실제 내용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진짜 추경예산안은 22일 화요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었습니다. 다행히 국회에는 예산안이 제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보고서'를 22일 19시 01분에 게시했습니다. 나라살림연구소도 추경예산안 원안을 분석하여 곧 분석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번 추경을 처음 발표된 홍보자료 그대로, 재난재해 대응 3.2조 원, 통상 및 AI 지원 4.4조 원, 민생 안정 4.3조 원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모두 짧은 홍보자료를 그대로 받아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기재부의 행태는 비판받아야 합니다. 국민들은 처음 접한 정보를 중심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디테일을 보기 어렵습니다.

▶ 만시지탄 추경
추경 논의는 연초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탄핵 정국 속에서 계속 요구되던 추경예산은 처음에는 거부되다가, 10조 원 규모로 주장되었고, 결국 12조 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민생 문제와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경색 등 문제에 대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제출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만시지탄(晩時之歎)'입니다. 때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을 한탄한다는 사자성어입니다. 벌써 5월입니다. 많이 늦었습니다. 게다가 내용도 매우 부족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는 표현으로 현재 상황의 절박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추경은 매우 부족합니다. 예산정책처도 12.2조 원 규모의 추경으로는 성장률이 0.13% 오르는 데 그치며, 소상공인 지원도 미흡하다는 분석했습니다. 1분기 정부 재정집행이 부진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추경은 추가 재정으로서도 부족하고, 실효성 또한 낮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첨단산업 및 통상 대응도 중복되고 비효율적인 사업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분석입니다. 산불 등 민생 피해에 대한 지원 역시 피해 규모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미 밝혀진 바에 따르면 재난·재해 대응 명목의 추경 1.4조 원에 일반 예비비 4천억 원을 슬쩍 끼워넣기도 했습니다. 재난·재해는 목적예비비가 따로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집행률도 매우 낮은 상황입니다. 기재부는 뒤늦게 여러 설명을 내놓고 있지만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은 의혹을 가질만한 이유가 됩니다.

▶ 2차 추경안
추경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2차 추경안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는 이번 추경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나랏빚 걱정이 많지만, 비상시국에서는 국가 재정의 역할 외에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려운 시기를 대비해 재정건전성을 강조해왔지만, 막상 어려운 시기에 재정이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존재 의미마저 의심받게 됩니다.

 

평상시에는 쓰는 것을 경계해야 하지만, 비상시에는 쓰지 않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이는 재정의 교과서적 원칙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대선 이후 '슈퍼 추경'이 논의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국가재정이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추경을 통한 재정 지출은 전례가 많습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GDP 대비 2.3%, 2020년 코로나 시기에는 GDP 대비 3.25%를 지출했습니다. 이번에 제출된 추경예산은 GDP 대비 약 0.46%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야말로 '찔끔 추경'입니다.

▶ 지금이라도 증액할 수 있습니다.
2022년 윤석열 정부는 취임 3일 만에 52.4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출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인수위원회가 있어 사전 준비가 가능했습니다. 이번 추경안은 12조 원에 불과하지만, 국회의 심의 과정에서 정부와의 합의하면 증액이 가능합니다. 대선 이후 6월은 너무 늦습니다. 또다시 만시지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추경을 통해 의미 있는 국가 재정의 역할이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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