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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행정 정치종합

진단-월성원전 삼중수소 제거설비 가동 지연과 방사능 누출 논란?

이채근 기자 입력 2007.04.21 19:29 수정 0000.00.00 00:00

“중수로 월성원전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

“중수로 월성원전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

월성원전, “최종 종합 시운전성능시험이 진행 중”
“법적기준치 적용하면 괜찮다는 안전불감증이 문제”

월성원전의 방사능 방출을 줄이기 위한 ‘삼중수소 제거설비’가동이 당초 계획보다 1년 9개월이나 지연되고 있어 이로 인한 방사능 방출이 타 원전보다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러나 월성원전 측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삼중수소 제거설비’가 지연되고 있을 뿐 기본적으로 중수를 사용하는 중수로형 월성원전을 중수를 사용하지 않는 경수로형 원전과 상대적인 삼중수소 수치를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울진과 영광, 고리 등 다른 지역 원전과 근본적으로 다른 중수로형 월성원전에 왜 ‘삼중수소 제거 설비’가 필요한지, 그리고 무엇이 논란이 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중수로형 월성원전 1, 2, 3, 4호기

원전은 크게 경수로형과 중수로형 원전으로 나뉘는데 경수로형은 일반적인 물과 비슷한 경수(輕水)를 사용하며 국내에선 고리(1~4호기), 영광(1~6호기), 울진(1~6호기)가 경수로 원전이고 월성원전 1, 2, 3, 4호기는 중수로형이다.

중수로형 원전은 보통의 수소보다 무거운 수소가 산소와 결합된 ‘중수(重水)’에 핵연료를 가해 여기서 발생한 열에너지로 터빈을 돌리고 이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 전기를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방사능 물질인 삼중수소가 발생한다. 따라서 경주로형 원전보다 중수로형 원전이 삼중수소가 많이 발생하는 것도 사용하는 내용물이 중수이기 때문이다.

▶삼중수소(tritium)란?

원자량이 근사치로 3인 수소의 동위원소. 1개의 양성자와 2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진 삼중수소의 핵은 보통 수소 핵질량의 3배이며, 반감기가 12.5년인 방사성 물질이다. 삼중수소는 천연수에서 산출되며 이때 천연수에서 산출되는 양은 천연 수소의 1018 정도이다.
1934년 물리학자 E. 러더퍼드, M.L.올리펀트, P.하르텍이 중수소(D, 질량수 2인 수소의 동위원소)에 고에너지를 갖는 중양성자(중수소 원자의 핵)로 포격시켜 삼중수소를 발견했고, 반응식은 D+D→H+T이다. W.F. 리비와 A.V. 그로세는 우주선이 대기 중의 질소와 반응해서 만들어진 삼중수소가 천연수에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삼중수소는 핵분열 원자로에서 리튬-6(6Li)과 중성자 사이의 핵반응에 의해서 가장 효과적으로 만들어진다. 반응식은 6Li+1n→4He+T이며 보통 수소와 비슷한 방식으로 다른 물질과 반응하지만 수소와 큰 질량 차로 인해 때때로 화합물의 화학적 성질이 현저하게 달라진다. 따라서 삼중수소를 화학반응의 동위원소 추적자로 사용하는 경우는 중수소만큼 흔하지 않다. 중수소와 삼중수소 사이의 핵반응은 열핵무기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삼중수소 제거설비이란?

삼중수소 제거설비(TRF : Tritium Removal Facility)는 원전 가동시 삼중수소를 분리(액상촉매 교환 공정)-분리된 삼중수소를 농축(초저온 증류공정)-특정 공간에 이들 삼중수소를 저장(저장 공정)하는 3단계 공정을 수행한다.

월성원전 삼중수소 제거 설비공사는 -250℃의 초저온설비 등이 포함되어 있어 국내 관련 산업에 대한 첨단기술의 파급효과도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중수소 제거설비를 설치하려는 이유

한수원이 김태환 의원에 제출한 ‘월성원전 방사능 제거설비 사업추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한수원 측에 2005년까지 삼중수소 방출 저감방안 이행을 권고했고 권고사항에는 삼중수소 제거설비 설치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

삼중수소는 중수로 원전에서 많이 발생하는 방사능 물질로 정부는 지난 1999년 월성 4호기 원전에 대한 운영을 승인해 주면서 중수로인 월성 1, 2, 3, 4호기에 모두 적용토록 삼중수소 제거설비를 권고했고 한수원도 이를 수용했다.

삼중수소 제거설비는 월성원자력본부에서 가동 중인 중수로형 원전인 월성1,2,3,4호기에서 생성되는 방사성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설비로서 시간당 100kg의 중수를 정제할 수 있다.

이 설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삼중수소 농도를 현재의 6분의 1로 감소시켜 종사자의 방사선 피폭감소는 물론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시켜 원전의 안전운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삼중수소 제거설비 설치가 늦어지는 이유

정부의 권고안을 받아들인 월성원전은 1999년 9월 1일부터 양남면 나아리 260번지에서 삼중수소 제거설비 건설 사업을 시작했다.
설비가 들어가는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총사업비 1천298억700만원으로 예상됐다. 2000년 11월 1일 설계용역을 시작, 2003년 1월 17일 착공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부가 권고한 2005년까지 삼중수소 제거설비는 가동을 하지 못했고 1년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이 설비는 준공되지 못했다. 월성원전 측은 2006년 10월 현재까지 설비 건설에 1천178억원을 집행했으나 준공이 늦어지면서 총 공사비는 당초보다 늘어난 1천338억으로 예상되고 있다.

준공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월성원전측은 “과기부의 권고사항을 받아 들여 ‘06년부터 삼중수소제거설비를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월성원전에 설치되고 있는 삼중수소제거설비는 세계 최초로 액상촉매방식을 적용해 가장 선진적인 방식으로 설치되는 관계로 엄격한 설비 기술요건을 만족시키는 유자격 업체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자재 구매 및 제작·시험에 장기간이 소요되어 준공이 지연되고 있다”며 “현재 시운전을 완료하고 종합공정률 99.5%로 최종 종합 시운전성능시험이 진행 중이다”고 해명했다.

또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사업인 만큼 시공 과정에서 기기와 구조물 간의 간섭사항, 그리고 설비 운영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설계 개선작업을 꾸준히 추진해 올해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사능 방출 타 원전 보다 70배 높다?

한수원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인 피폭선량은 65%가 감소될 수 있다고 한다. 2005년 준공이 돼 가동이 되었으면 방출되지 않아도 될 65%의 방사능이 더 방출돼 주민들이 피폭된 셈이다.
월성원전 측은 타 원전에 비해 70배나 되는 방사능 방출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월성원전 측은 “울진과 영광, 고리 등 다른 원전은 중수를 사용하지 않는 경수로 원전으로 삼중수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월성원전의 방사능 방출이 울진원전의 70배, 영광원전의 28배, 고리원전의 13배와 같이 상대적인 삼중수소 수치를 비교해 마치 월성원전의 주변지역 방사선 측정치가 높은 것으로 표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월성원전 측은 “원전 주변지역 방사선 측정치(부지경계 주민선량)는 오히려 국내의 다른 원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원전은 주변지역의 방사선량 측정을 위해 원전 내 부지 10군데와 주변 인근지역 42군데에 측정시설을 두고 실시간 측정하고 있으며, 일반인들도 쉽게 방사선량 측정치를 언제든지 직접 확인 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성원전 측은 또 “다만 월성원전은 국내에서 운영 중인 원전 중 유일하게 중수로형 원전으로 감속재와 냉각재로 일반 물인 경수에서 추출한 중수(D2O)를 사용하고 있어 국내의 다른 원전에 비해 삼중수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이나, ‘05년도 기준으로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배출량은 약 370TBq(테라베크렐)로 법적 배출 제한치 105,000TBq(테라베크렐)의 0.35% 수준으로 극히 미미한 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월성원전은 또 “삼중수소는 정부의 배출관리기준에 따라 월성원전 운영기술지침서에 방출 제한치를 두고 외부로의 방출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며 “삼중수소 감시, 중수 누설탐지 등을 통해 실시간 다중감시설비를 운영해 지역주민들이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부공개 되지 않은 이유는 방폐장 때문?

문제는 지난 2005년부터 월성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능을 저감시키는 삼중수소 제거설비가 가동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가동한 채 1년9개월 동안이나 지났다는 것이다.

2006년 국감에서 미가동 사실이 정부에만 보고되고 정작 원전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경주시민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수원이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2005년 당시 정부가 19년 묶은 중저준위방폐장 설치를 위해 경주시 등 각 자치단체가 유치를 신청한 상황에서 방폐장 사업에 악영향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주희망시민연대 김성장 회장은 “중수로 원전인 월성원전에 대한 방사능 누출은 주변지역 주민들이나 시민들이 늘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었다”며 “방폐장 유치 당시에 이 문제가 불거졌으면 경주가 방폐장을 유치하는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의 반응

경주희망시민연대 김성장 회장은 “한수원이 삼중수소 제거설비를 문제가 있어 가동하지 못했다면 당연히 경주시민들에게 알려야 했다”며 “원전은 첫째도 둘째도 안전성 확보다. 월성원전 측은 경주시민들에게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재근 집행위원장은 “월성원전 측이 방사능 누출에 대해 법적 기준치를 이야기 하는데 관계가 없으면 왜 과기부에서 삼중수소 제거설비 설치를 권고했겠는가. 다른 지역보다 방사능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권고한 것”이라며 “방사능 누출과 관련, 괜찮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안전불감증이 지금으로서는 더 큰 문제다”고 주장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이번 사태로 인해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위원회 위원들이 현장을 방문, 원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역할이 가능했다”며 “감시기구에 센터가 빨리 만들어지고 전문가들이 참여해 과학적인 것을 갖고 논리적으로 월성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테라베크렐이란?=방사능의 단위는 베크렐(becquerel, Bq)이다. 1 Bq은 1초에 1 개의 방사성 핵이 변환(1 tps) 또는 붕괴(1 dps)되는 양이다. 즉 1 Bq = 1 tps (또는 1 dps)이다. 과거에는 방사능의 단위로 큐리(curie, Ci)가 사용되었는데 (아직도 일부 사용) 1 Ci는 370억 tps 또는 370억 Bq에 해당한다.

그런데 1 베크렐(Bq)은 매우 작은 값이기 때문에 종종 킬로베크렐[kBq, (103 Bq)], 메가베크렐[MBq,(106 Bq)] 기가베크렐[GBq,(109 Bq)] 테라베크렐[TBq, (1012 Bq)] 등 접두어를 붙여 사용한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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