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 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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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콩 타작을 도리깨로 쳐서 한다. 멍석을 깔고 햇볕에 누렇게 익은 흰콩 대궁이를 쌓아두고는 내리치는 것이다. 한번 내리칠 때마다 콩 꼬투리 속에서 콩들은 불 속에 던져진 듯 야단법석이다. 매질에 못 견뎌 결국 콩깍지의 문이 열리고 콩들은 환한 햇살 속으로 나와서 처음으로 세상 구경을 한다. 그런데 그 중에는 너무 기쁜 탓인지 고함지르며 뛰어나오다가 그만 멍석을 지나 마당으로, 마당에서도 더 굴러가 돌담 쥐구멍으로 들어가는 녀석도 있게 마련이다. 시인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는 어린 아이처럼 외친다. "콩, 너는 이제 죽∼었다!"면서.
이 시는 농가의 노동과 아이의 동심이 잘 어우러진 동시이다. 아이들에게는 일과 놀이가 구별되지 않듯이, 일의 고됨을 잊게 하는 동심의 해학과 즐거움이 들어있어 이 동시의 아름다움은 두드러진다.
(배창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