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노부모가
시골집에서
8개월 어린 딸을 키우고 있다
5월이 되어도 농사는 이미 손에 놓은 지 오래
늙은 아버지 등에 어린 딸애가
나비처럼 붙어 있다
삶과 죽음의 그 묘한 대비
아카시아 독한 향기
밤 안개에 묻혀 마을을 뒤덮고
소쩍새 소리
나직이 낡은 창호지 문 창을 울릴 때
잠 못 이룬 새벽이
어느덧 내 베갯머리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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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고향은 아직 농촌이다. 늙은 노부모가 살아 계시는 동안 그의 마음은 늘 고향에 있다. 사람에게 고향은 살다 떠나온 곳이란 의미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뜻이 있다. 살아가는 동안 고향과 멀어지면서 눈덩이를 키우듯 그리움을 키워가는 것이 사람인지 모른다.
늙은 아버지의 등에 업힌 딸애와 아버지의 묘한 대비가 시인으로 하여금 다시 한번 삶의 엄중함을 깨닫게 해 주는 이 시는 쓸쓸하면서 근본으로부터 우리의 생각을 돌려놓는 힘이 있다. 딸애를 농촌 노부모께 맡겼다가 주말께 돌아온 고향집에서 소쩍새가 울어 시인의 선잠을 깨우는 새벽은 아직도 우리에게 낯익은 풍경이다.
( 배창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