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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선거 이대로는 안된다"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02.02.08 16:12 수정 2002.02.08 16:12

한농연성주군연합회장 이수경

협동조합 개혁과 조합경영의 구심점이 될 조합장을 선출하는 제4기 농축협조합장 선거가 요즘 전국에서 한창이다. 조합원에 의한 직접 선출이 벌써 네 번째임에도 아직도 금품 선거가 난무하고 있다고 하니 협동조합과 우리 농민의 앞날이 어둡기만 하며 특히 관내에서는 29일 D농협이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가 조합원을 대거 신규 등록시키면서 가입금(출자금)을 대납했다는 의혹과 관련 현 조합장과 당선자 의 통장·계좌에 대한 압수 수색까지 가는 사태로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의 추이에 대하여 귀추가 주목되며 전국적으로는 현직을 이용한 관권선거와 일부 후보들의 금품·향응제공 등 불법 타락선거가 속출, 이미 올해 들어 금품살포 등으로 3명이 경찰에 구속되고, 10여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번 조합장 선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농업과 농민을 둘러싼 상황과 조합의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형편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IMF위기관리체제 이후 농가의 교역조건은 4년째 악화되어 1998~2000년 동안 농가소득은 약 6조 8000억원이 감소했다. 그런데 앞으로 농가소득이 향상될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위기에 처한 농업·농촌을 살릴 수 있는 신망 높고 경영능력이 겸비한 유능한 인재가 조합장으로 당선될 수 있는 제도적 방법과 금품과 향응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농민조합원 스스로는 물론 농민단체와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공명선거 감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겠고 정부와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적극 나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하며 조합장 선거에서 공명선거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올해 치러지는 지자제와 대선에서도 과열·혼탁 양상이 나타날 것이 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가운데 미래의 농업·농촌의 주역이 될 농업경영인 출신들의 농협조합장 진출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는 농민조합원들이 협동조합 개혁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개혁 성향이 강하고 경영능력이 있는 후보들이 더 많이 당선될 수 있도록 공명 정대하게 선거가 치러지 도록 해야 한다.
농협개혁에 대한 농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정부는 물론 협동조합 관계자, 조합원 등 모두가 함께 공명선거를 일궈 내야 한다. 조합의 민주적 운영과 조합원을 위한 실익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현 단계 조합장 선거의 중요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 관행적 경영방식 조합 부실 부채질
조합 내적으로는 사업의 부진과 경영의 악화, 그리고 조합원 요구의 증대라고 하는 3가지의 어려움에 처해있으며 기존의 관행적 사업방식으로 경제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의미가 거의 없고 여기에 전국적으로 169개 조합이 부실 조합들이다.
기존의 관행적인 경영방식과 안이한 자세로는 조합의 부실을 초래하거나 부실을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이며 이러한 점에서 조합장의 당선이 축하 받을 일만은 아닌 것이다.
이러한 엄중한 상황하에서 조합원들은 적어도 다음과 같은 다섯 유형의 인물들은 조합장으로 뽑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무분별한 선물·금품공세 후보 주의
첫째, 조합원에게 밥과 술 사는데 인색하지 않으며, 애경사에 잘 찾아 다니는 것이 조합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더욱이 돈 봉투까지 돌리고, 최근들어 복수조합원제도를 악용하여 여성들을 대상으로 출자금을 대납해주면서 조합원가입을 추진하는 조합장 후보들은 조합을 파탄으로 몰고가는 장본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 조합원들에게 몇푼 안되는 선물 나눠주고 축부의금으로 지도사업비를 지출하는데 관심이 더 많은 사람, 셋째, 조합원의 의지를 결집하여 협동의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방식을 개발하기보다는 조합원에게 전이용만을 강조하는 사람, 넷째, 조합의 운영상황을 조합원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주는데 인색하며, 돈은 풀고 입은 막는 쪽으로 선거운동을 이끌어가는 사람, 다섯째, 진정한 조합원의 대표이어야 할 조합장자리에 얼마 전까지 조합의 직원이었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사표내고 출마하여 조합에 분열과 불신을 초래하는 사람 등은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후보들이다 .


" 그렇다면 어떠한 인품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

◇ 진정한 농군·협동조합 정신 갖춰야
첫째, 진정한 농군이어야 하며, 협동조합의 원리와 정신에 투철한 인물이어야 한다. 이러한 인물은 조합원의 뜻과 요구를 수렴하여 이를 조합의 사업과 경영에 반영시키는 조직가요 기획자 역할을 톡톡히 해낼것이다.
둘째, 협동의 이익 창출을 위해 조합 개혁의 핵심을 실천하는 인물이다. 현재와 같은 계통구매사업방식과 조합별로 분열적인 자체구매사업방식으로는 조합원에게 싼 영농자재를 공급하기란 불가능하다. 조합간 공동구매계약과 공동물류를 추진한다면 구매단가도 내려가고, 구매사업비용도 대폭 절감돼 조합원에게 저렴한 공급이 가능함에도 조합이기주의와 조합장들의 의지부족으로 이를 추진하지 못하였다. 바로 이러한 자체구매사업의 혁신을 앞장서서 실천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앙회의 계통구매사업의 혁신도 추진하는 기수가 되어야 할 것이다.

◇ 중앙회 개혁의식 가진 후보가 적격
셋째, 조합장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회 개혁의 기수로서 주인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조합장이 되어 야 할 것이다. 농·축·인삼협중앙회가 통합되었지만 통합의 이익은 조합과 조합원에게 거의 환원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통합중앙회는 자체 수익 증대에 더욱 치중하고 있으며, 더욱 비대화되었다. 통합중앙회의 당기순이익은 1997년에 201억원에서 2000년에 2332억원으로 무려 12배가 증가하였고, 조합에 대한 지원과 농민조합원의 이익증진이라고 하는 중앙회 본래의 목적은 더욱 퇴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중앙회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번 제4기 직선 조합장선거를 계기로 농·축협을 혁신할 수 있는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조합원들이다. 그것도 농사를 지어 자식을 키우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농민조합원들이요, 고향의 발전을 소망하는 깨어있는 원로조합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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